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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큰 제사(불천위-영구히 제사를 지내는 훌륭한 선조 신위) 준비 과정

다시 추석이 되었습니다. 명절을 지내는 것이 점점 힘이 들어집니다. 직장을 다니는 젊은 며니리들은 조상 모시는 걸 신경 쓸 틈이 없고 나이 든 시어머니들은 기력이 딸려 차례준비가 힘들어집니다. 그런 형편을 잘 아는지 이번 추석에는성균관에서 이 나왔습니다. 가장 힘든 일인 전 부칠 일이 없는 전 없는 과일과 떡, 채소를 위주로한 9가지 음식을 올리는 상입니다.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전통을 유지했으면 하는 유교 관계자들의 생각이 들어간 상차림이지만 나이 60후반인 제 친구들은 아랫대에 제사는 물려주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으니 이 방법도 얼마나 갈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기에 예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리면서 추억에 젖어봅니다. 학봉(김성일)종가에서는 제사상에 송구송편(소나무껍질로 만든 떡)과 안동 마..

꽃술

내가 걷는 산길에는 요즈음 인동초 꽃이 만발했다. 벌들 잉잉거리며 꿀을 빠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모내기를 하고 나면 몸이 많이 허약해진 듯 하셨다. 그런 아버지께 어메는 인동초 꽃 막걸리를 담아 노고에 보답하셨다. 그런 모습에 익숙한 나도 인동초 꽃을 보면 '술을 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맘을 부모님 가신지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실행하고 있다. 어메처럼 손수 띄운 누룩으로 막걸리를 담는 게 아니라 소주를 부은 꽃술을 말이다. 시간이 흘러 쌉싸름한 인동초 꽃향기와 맛을 가진 술이 익었을 때, 우리는 술 한 잔 앞에 놓고 부모님의 사랑과 땀 뻘뻘 흘리시며 꼴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와 "캬" 하는 탄성과 함께 술 한 잔 하시며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

일상/사부곡 2019.07.04

매화가 필 때면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오후에 행궁을 걸었다. 아름다운 매화가 행궁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그 꽃그늘 아래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도 아름답다. 이렇게 매화가 필 때면 안동에서 전해오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대학자와 관기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매화(梅花)를 끔찍이도 사랑했대요. 그래서 매화를 노래한 시가 1백수가 넘는대요. 이렇게 놀랄 만큼 큰 집념으로 매화를 사랑한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바로 단양군수 시절에 만났던 관기(官妓) 두향(杜香) 때문이었지요.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로 부임한 것은 48세 때였고 두향이는 18살 때였어요. 두향은 첫눈에 퇴계 선생에게 반했지만 처신이 풀 먹인 안동포처럼 빳빳했던 퇴계 선생은 당시 부인과 아들을 잇달아 잃고 홀로 부임하였으니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