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쌀쌀해지면 더욱 맛있는 호박잎 국 끓이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0. 16. 23:57

 

내일 아침은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날씨가 쌀쌀해지면 더욱 맛있는 호박잎 국을 끓여보았다.

 

옛날 어릴적 어매는 봄이면 밭둑이나 집 뒤 언덕에 깊게 구덩이를 파고 

밑에 거름(ㅇㅇ)을 넣은 후에 다시 흙을 덮고 그 위에다 호박을 심었다.

 

심은 호박이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거름 덕으로  무럭무럭 자라면

여름 내내 애호박으로 반찬을 해먹고

호박잎은  가마솥에 하는 보리밥 위에 쪄서 쌈을 싸먹게 해 우리들의 건강을 챙겼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깊어지면 호박은 달덩이처럼 커다랗고 누렇게 익어가고

그것들은 서리가 내리기 전에 거둬들여 겨울에 범벅이나 호박국으로 또는 가마솥에 채반에 올려 쪄서 볶은 콩가루를 묻혀 먹었다.

 

그런 겨울 채비를 해놓고 나도 서리가 내리지 않을 때

호박은 자꾸만 달리고 그 작은 애호박들은 따서

소금으로 절여 볶아먹거나 국을 끓여먹으면

그 맛은 여름 호박보다도 더 달고 맛있었다.

 

그 때는 호박만 맛있는 게 아니라 호박잎과 호박순을 따서

생콩가루를 묻혀 가을 무와 함께 끓여주던 국은 지금도 그 단맛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서리가 오기 전에 나는 한 번 쯤은 이 국을 꼭 끓여 먹는다. 

 

어매표 국이라 레시피는 물론 감으로 하는 내맘대로 레시피다.

 

 

이제 호박잎은 나이가 많아 누렇게 된 것이 많지만 아직 서리가 내리지 않아  삶기지는 않았다.

 

 가을 햇살에 마지막 단맛을 간직하는 호박순

 

 

그렇게 가을볕에 단맛을 간직한 싱싱하고 파란 호박잎과 호박순을 따서 준비한다 

 

 

준비한 호박잎을 깨끗이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 놓는다

 

 

무를 넣어 끓여야 시원하고 단맛이 더해지니  무는 꼭 넣어야한다.

무를 살 때는 무청이 그냥 붙어있는 가을 무를 사야한다.

가을 무라야 달고 알싸해서 국의 맛을 한층 감칠맛나게 한다.

 

 

무는 껍질을 벗기고 손질해서 채를 썰어둔다.

 

 채 썬 무는 끓는 물에 넣어 한 소큼 끓여 맛을 우려낸다.

 

무가 끓을 동안에 건져놓은 호박잎을 바락바락 문질러서 잎을 작게 찢어지게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가을이라 조금은 억세어진 잎을  부드럽게도 하고

국을 끓여 놓았을 때 잎에서 우러나온 녹색물이 국물을 더렵혀 식감을 떨어뜨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물 간은 꼭 천일염으로 한다

천일염 특유의 맛이 옛날 엄마표 국의 맛을 내는데는 제일이다.

 

 

문질러 놓은 것을 물에 한 번 더 행궈낸다.

저렇게 물이 많이 빠진다.

 

 

행궈낸 호박잎을 소쿠리에 건져놓고 냉장고에 있는 생콩가루도 준비한다. 

호박잎의 양이나 콩가루의 양은 비슷하게 준비한다.

 

볼에 먼저 콩가루를 담고 나중에 물기를  꼭 짜낸 호박잎을 얹어 까불른다.

 

 

까불어도 호박잎이 뭉쳐서 골고루 묻지 않을 때는

젓가락으로 저어가면서 묻히고

콩가루가 적다 싶으면 더 넣어가면서 묻힌다.

 

 

요렇게 골고루 묻혀야 국을 끓였을 때 포근포근하게 맛있다.

 

 

콩가루 묻힌 호박잎을 끓고 있는 무 국물에 넣어 끓인다.

이 때 다 익은 무는 건져 놓았다가 호박잎이 거의 익을 무렵 넣어 다시 한 소큼 더 끓인다.

호박잎은 금방 익기 때문에 오래 끓일 필요는 없다

살짝 한 소큼을 끓이기만 하면 된다.

 

 

살짝 끓여냈더니 색깔이 파릇하니 맛있어보이지요?

맛을 보니 정말 단백하고 맛있네요.

콩가루가 들어가서 고소하기도 하고요

무와 호박잎의 맛이 어울려 달작지근한 맛이 일품이네요.

어매표 만은 못하지만

요즈음

이런 국 맛 보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