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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도담삼봉

렌즈로 보는 세상 2019. 1. 14. 07:00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도담삼봉을 찾았다.

눈 내리고 희뿌연 날씨가 추억을 불러온다.

우린 국민학교 5학년 가을에

이곳 도담삼봉으로 소풍을 온 추억이 있었다.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있는 우리들은

그 시절을 추억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곳을 서성거렸다.








우리 친구들은 대부분 시골 출신이다.

하루 몇 번 버스가 다니는 곳에서

유년과 국민학교 시절을 보냈다.

나도 물론이다.

산골 20여 호가 사는 동네,

버스를 타려고해도

20여 분을 걸어가야 만하는 곳에서 살던 나는

탈 것이라고는 가끔 동네 위

작은 하늘을 쏜살같이 지나가던 비행기와

장날이면 동네의 각종 농산물을 싣고

읍내 장터로 가는 소달구지를 보는 게 전부였다. 






    



그런 내가 국민학교 5학년 가을

도담삼봉으로 소풍을 간다는

것만도 신기했는데

한 번도 타보지 않았던

기차를 타고 간다는 건

너무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소풍 당일 어매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땅콩과 밤, 고구마를 삶고

고추장 살짝  들어간

멸치볶 한 가지 넣은 김밥을 말아주었다.

속이 어떠면 무슨 상관이랴

자주 먹지도 못하는 김밥을 싸주는 것만도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것들을 어디 요즈음 같은

배낭에 넣은 것도 아니고

언니가 만들어준 천 가방에 넣어 들고

십 리 길을 걸어 학교에 가면

벌써 고구마는 곤죽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기차를 타고

소풍을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우리는

다시 오 리길은 더 걸어 평은역으로 가서

중앙선 청량리행 완행열차를 탔다.

지금 같으면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곳을

그 때는 하루 종일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얼마나 시간이 걸렸으면

아침에 탄 기차에서 점심을 먹었을까?

그렇게 처음 타보는 기차는 정말 대단했다.

역사로 굽어 들어오는 

기차의 길게 울리는 기적 소리에 놀라고

웅장한 모습에 놀랐다.

또 일단 비포장 도로라 덜컹거리는 버스에 비해

달리는데도 아주 고요하고

흔들림이 없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게 신기한 기차에서 밤도 까서 먹고

땅콩도 까먹으며

친구들과 재잘거렸지만

고구마는 끝내 꺼내지 못했다.

종이 봉투와 하나가 된

곤죽인 그 모습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즐겁게 웃고 떠들다가 내린 도담역에는

더 신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늘 농사를 짓던 들판만 보던 눈에

신기하게 생긴 시멘트 공장이다.

산업화가 막 시작하던 60년 대 말

산업을 대표하던 시멘트 공장을

직접 눈으로 보던 신기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신기한 풍경을 지나

한 참을 걸어간 도담삼봉은

또 얼마나 신기하던지...

마치 사람이 만들어

강 물 위에 띄어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

그 아름다움을 우린 오래 보지도 못하고

다시 기차를 타러 왔던 것 같다.









도담삼봉은 오래 즐기지도 못하고

돌아온 그 해 가을 소풍

늦은 밤길을 걸어

집에 도착하는 걸로 끝이 났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많은 걸 잊어버렸지만

그 때의 어렴풋한 기억은

아직 내 마음의 도담삼봉으로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