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팔달산을 오르며

렌즈로 보는 세상 2019. 1. 28. 07:00




아파트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다.

외출을 하고 싶게 하는 날이다.

 점심을 먹은 후에

옷을 두둑하게 입고 집을 나선다.

팔달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바람 끝은 제법 쌀쌀하지만

그 찬 기운이 코끝에 스치는 느낌이 좋다.

오랜만에 오르는 팔달산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난 후 처음이다.

산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은 많다.

특히 추운 날씨에 짝을 지어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보기 좋다.

나도 오랫동안 저런 모습이고 싶다.







겨울 들어 찬 기운이 일자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쉬면 덜 하려나 싶어

산을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무릎 안쪽의 뼈가

부딪치는 듯 한 통증은 낫지를 않는다.

아마도 오래 전 파열된 인대 때문인 것 같다.

중년에 스포츠댄스를 즐겨하던 나는

어느 날 앉았다가 일어서지를 못할

정도의 통증이 와서 병원을 찾았다.

지방병원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이란다.

병원 약도 먹고 한의원도 다니면서

몇 달을 치료를 했더니 나았다.

그 후 이곳 경기도로 이사를 오고

몇 년 전 규칙적인 운동을 했더니

또 아프기 시작해서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인대가 파열된 것 같으니 큰 병원을 가보란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보니

무릎 안쪽의 인대가 파열이 되어서

지방에서는 몰랐던 모양이란다.

그런데 5년이나 지난 지금

일부러 수술할 필요는 없고

심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해지지는 않으니

그렇게 견디다가 나중에 가만히 있어도

아픈 날이 오면 그 때 수술하란다.

그래서 매일 하던 운동도 접고

다리를 무리하게 쓰지 않았다.

별 무리 없이 7년을 지나 왔다.

그런데 올 겨울 들어

좀 많이 움직였더니 또 통증이 시작됐다.

결국에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 선생님은

이정도로는 아직 수술할 정도는 아니란다.

일단 무릎 주사를 두 번 정도 맞아보고

괜찮아지면 한 달에 한 번씩 점검만 하잖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두 번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더니 괜찮아지고 있다.







그래서 가벼운 운동을 하면

다리가 어떤가 보려고

산을 오른 셈이다.

처음 산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는

좀 아픈 것도 같더니만

내려올 때는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감사할 일이다.







산을 거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야기를 하던 중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오래 사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벌써 우리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도 있는데

우린 이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소리가

아직 기운이 펄펄하니 얼마나 좋으냐?

서로의 좋은 기운을 전염시키면서

오랫동안 함께 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렇다.

겨울 나무의 긴 그림자처럼

우린 길게 흔적을 남기며 먼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먼 길을

걸어갈 지는 모른다.

앞으로 남은 길은 평탄한 길이기보다는

오르막이거나 내리막이 더 많을 것이다.

비록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닐지라도

그 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함께가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걸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