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저녁노을 속에 서면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1. 28. 09:42

 

 

 

 

겨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입니다.

그렇찮아도 스산해진 날씨에 기분이 가라앉는데 비까지 내리니 더 꿀꿀합니다.

이런 날에는 어디 외출을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고

오늘은 동생네 집에 가서 어릴 적 이야기로 수다라도 떨고 와야겠습니다.

 

 

 

 

 

 

 

해 질 무렵의 붉게 타는 저녁노을은 우릴 많은 생각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며칠 전에 우연히 만나게 된 서서히 타들어 가는 저녁노을을 보며

나는 누군가의 시를 빌려 내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녁노을 속에 서면

 

 문 인 수

 

 

저녁노을 속에 서면 머리카락이 탄다.

 

타관에서 오래 나이만 먹었나니

검불 타는 냄새가 난다.

 

까까머리 까까머리

해만 지면 자꾸 불러들이던 어머니,

 

저녁연기 풀어올리던 굴뚝 생각이 난다.

 

 

 

 

 

 

 

해 질 녁의 노래

 

 

 나희덕

 

      아직은 문을 닫지 마세요

      햇빗이 반짝 거려야 할 시간은 조금 더 남아 있구요

      새들에게는 못다 부른 노래가 있다고 해요

      저 궁창에는 내려야할 소나기가 떠 다니고요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리는 길 들이 저 멀리서 흘러오네요

      저뭇한 저 창밖을 보세요

      혹시 당신의 젊은 날들이 어린 아들이 되어

      돌아오고 있을지 모르쟎아요

      이즈막 지치고 힘든 날들 이었지만 아직은

      열려있을 문을 향해서 힘껏 뛰어오고 있을 거예요

      잠시만 더 기다리세요

      이제 되었다고 한 후에도 열은 더 세어 보세요

      그리고 제 발로 걸어들어 온 것들은 아무것도 내쫓지 마세요

      어둠의 한 자락까지 따라 들어온다 해도 문틈에 낀

      그 옷자락을 찢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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