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부곡 19

꽃술

내가 걷는 산길에는 요즈음 인동초 꽃이 만발했다. 벌들 잉잉거리며 꿀을 빠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모내기를 하고 나면 몸이 많이 허약해진 듯 하셨다. 그런 아버지께 어메는 인동초 꽃 막걸리를 담아 노고에 보답하셨다. 그런 모습에 익숙한 나도 인동초 꽃을 보면 '술을 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맘을 부모님 가신지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실행하고 있다. 어메처럼 손수 띄운 누룩으로 막걸리를 담는 게 아니라 소주를 부은 꽃술을 말이다. 시간이 흘러 쌉싸름한 인동초 꽃향기와 맛을 가진 술이 익었을 때, 우리는 술 한 잔 앞에 놓고 부모님의 사랑과 땀 뻘뻘 흘리시며 꼴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와 "캬" 하는 탄성과 함께 술 한 잔 하시며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

일상/사부곡 201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