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부곡

꽃술

렌즈로 보는 세상 2019. 7. 4. 13:34

 

내가 걷는 산길에는 요즈음 인동초 꽃이 만발했다.

벌들 잉잉거리며
꿀을 빠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모내기를 하고 나면

몸이 많이 허약해진 듯 하셨다.

그런 아버지께 어메는 인동초 꽃 막걸리를 담아

노고에 보답하셨다.

 

 

 

 

그런 모습에 익숙한 나도 인동초 꽃을 보면 

'술을 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맘을 부모님 가신지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실행하고 있다.

어메처럼 손수 띄운 누룩으로 막걸리를 담는 게 아니라

소주를 부은 꽃술을 말이다.

 

 

 

 

시간이 흘러

쌉싸름한 인동초 꽃향기와

맛을 가진 술이 익었을 때,

우리는 술 한 잔 앞에 놓고

부모님의 사랑과

땀 뻘뻘 흘리시며 꼴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와

"캬"

하는 탄성과 함께 술 한 잔 하시며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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