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이 분홍 참꽃(진달래) 물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십 리 길 걸어 학교에 다녀오던 길은 늘 배가 고팠지요.
그 허기를 달래주던 쌉싸름한 꽃이 참꽃이었지요.
그렇게 먹을 수 있는 꽃이라 이름 붙여진 꽃, 참꽃.
그 참꽃을 이곳에 오면서 원 없이 보고 먹습니다.
어제는 참꽃을 따서 꿀에 재웠지요.
재워두고 일 년 동안 반찬에 단 맛을 낼 때 넣어먹기도 하고,
향기로운 차로 끓여먹기도 하려고요.
뒷산에서 참꽃을 봉오리 째 뚝뚝 따가지고 와서 다듬었지요.
이 때 남아있는 꽃받침을 따주면 수술이 거의 떨어져나가지요.
참꽃 수술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다고 하거든요.
멀리서 볼 때는 꽃이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듬어보니 꿀을 먹으려는 개미들과 작은 나방,
거미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요.
그 애들이 온 방으로 기어 나가니 생각지도 않던 살생을 많이 했네요.
다듬은 참꽃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살살 흔들어가며 씻었네요.
아무리 살살 씻어도 보드라운 꽃잎이 조금은 상한 것 같기는 하네요.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가 쏙 빠질 때까지 서너 시간을 두었네요.
물기가 쏙 빠졌다 싶으면 꿀병에 차곡차곡 넣어야지요.
한꺼번에 다 넣으면 많은 양을 넣을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씩 넣어 숨이 죽으면 또 넣으면 좋지요.
숨이 죽으면 또 넣고 했더니만 큰 꿀병은 빈 곳이 없이 참꽃으로 가득하네요.
큰 병에 가득 넣고 남은 것은 작은 병에 담았네요.
참꽃 양에 비해 꿀이 조금 많아 밑에 꿀이 그냥있네요.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참꽃은 숨이 죽어 이렇게 위에 둥둥 떠 있네요.
이제 냉장고에 넣어두고 일 년 동안 먹어야지요.
저는 특히 쌈장을 만들 때 이 참꽃 재운 것을 많이 사용한답니다.
집에서 담은 된장은 아무래도 염도가 높거든요.
그런 짠 된장으로 쌈장을 만들 때 갖은 양념에다
땅콩 볶은 것을 넣고 이 참꽃으로 짠맛을 없애 주지요.
또 목이 간질거린다 싶을 때도 이 참꽃 차 한 잔이면 훨씬 괜찮아지더라고요.
참꽃과 함께하는 전원생활
제가 하면서도 참꽃 물이 몸과 마음에 스며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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