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안동 둘러보기

안동의 큰 제사(불천위-영구히 제사를 지내는 훌륭한 선조 신위) 준비 과정

렌즈로 보는 세상 2022. 9. 10. 11:51

다시 추석이 되었습니다.
명절을 지내는 것이 점점 힘이 들어집니다.
직장을 다니는 젊은 며니리들은
조상 모시는 걸 신경 쓸 틈이 없고
나이 든 시어머니들은 
기력이 딸려 차례준비가 힘들어집니다.
그런 형편을 잘 아는지 
이번 추석에는성균관에서 
<차례상 표준안>이 나왔습니다.
가장 힘든 일인 전 부칠 일이 없는
전 없는 과일과 떡, 채소를 위주로한
9가지 음식을 올리는 상입니다.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전통을 유지했으면 하는
유교 관계자들의 생각이 들어간 상차림이지만
나이 60후반인 제 친구들은
아랫대에 제사는 물려주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으니
이 방법도 얼마나 갈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기에 예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리면서 
추억에 젖어봅니다.
 
 
 
 

학봉(김성일)종가에서는
제사상에 송구송편(소나무껍질로 만든 떡)과
안동 마를 꼭 올린다,
 
송구는 물이 오른 봄날에
남자들이 벗겨 놓아서 말렸다가
불려서 쓴다.
 
마는 생마를 쓰는데
학봉 선생이 임진왜란에 나가셔서
속병이 났을 때 마를 잡수시고 고쳐서
제사에 꼭 올리는 음식이다.
 

 
 
 

제수 장보기는 대부분의 종가에서
남자들의 몫이다.
싱싱한 생선을 고르는  광산김씨 군자리 제관들.
 

 
 

 

제사를 지내러 종가로 모여드는 제관들 .
손에 든 가방에는 제복인 도포가 들었다.

 
 
 

제관들이 모여드니 음식을 준비하는
안어른들의 손놀림도 바빠진다.
떡을 만드는 손 끝에 정성이 가득하다.
 

 
 
 

하회 충효당(서애 류성룡종부)에서는
집에서 직접 쪄낸 증편을
행여 붙어 모양이 흐트러질세라
감나무 잎에 정성스레 내어놓았다.
마치 꽃같은 모습이다.
 

 
 

지손들은 종가의 큰제사에 정성을 보텐다.
 
흑임자, 송화가루,
콩가루로 만든 다식을 가져온 지손.
 
깔끔하고 먹음직스러운 것이
후손의 정성이 가득하다
 
- 하회 충효당 -

 
 
 
 
 

정성들여 만든 웃기떡( 증편, 작과편,
화전, 조약, 깨구리,송구송편,
모시송편, 녹두송편,경단)을
깨끗한 방에 보관해둔다.
-하회 충효당-

 
 
 
 

 떡 괴는 것은 종부를 비롯한
집안에서 솜씨있는 안어른들의 몫이다. 
제사를 모시러 온 어른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괴는 모습이 정겹다. 
-하회 충효당-
 

 
 

떡을 괴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17불(층)을 괴니까.
 
제일 밑에 콩고물 시루떡을 놓고
차례로 팥고물, 녹두준주고물시루떡,
백편, 나물떡을 괸 다음 웃기떡을 괸다.
 
웃기떡은 경단을 맨 아래에 깔고
차례로 증편, 송구송편, 모시송편,
녹두송편, 작과편, 전, 조약,
깨구리 등을 차례로 올린다.

 
 
 
 
 
 

몇 십 년이 되었을까?
닳고 닳은 적틀이 정겹다.
 

 
 
 

 

과일과 어물류 준비는
제관들의 몫이다.
 
낮에 장만해두었던 적을
적틀 위에 우모린 순으로 괸다.
즉 하늘, 땅, 바다에서 나는
제물 순으로 괸다는 말이다. 
 
제일 밑에 바다에서 나는
비늘이 있는 생선을 놓는데,
맨 아래에 마른명태를 깔고
그 위에 고등어, 청어, 상어,
방어, 가오리, 문어등이다.
 
어물 위에는 털이 있는 가축인
쇠고기 편육을 놓고,
그 위에는 깃털 조류인 닭을
배가 하늘로 가도록 얹는다. 

 
 
 
 

다 괸 적은 이렇게 봉하여둔다.

 
 
 

학봉 종가에서는 저녁으로
꼭 칼국수를 만든다.
자정무렵에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저녁을 간단한 칼국수로 준비하는데
100명이 넘는 제관들이 모이는 제사이니
이 것도 큰일이다.

 
 
 
 

안어른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제관들은 제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분정(제관들이 각자 할 일을 정하는 일)을 한다.
 

 


 

 

 

제관들은 올 때는 중절모에
양복이나 두루마기를 입고 왔지만
제사를 지낼 시간이 가까워오니
도포와 유건으로 갈아입었다.
제사를 지내기 전에 술상을 앞에 두고 
근황을 주고받으며 친목을 도모한다.

 
 
 
 
 

 

분정을 붙이고 진설도 하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창홀(제사의 순서를 말하는 제관)의
지시에 따라 제사를 지낼 일만 남았다.
 
 
 
 안동의 큰제사  준비과정은
남자들이 반을 부담한다.
그러나 보통의 가정에서는 
남자들은 놀고
여자들만 허리가 휘도록 일한다.
고쳐나가야 할 일이다.
 
또 전은 쓰지도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 전을 쓰기 시작했는지...
지금은 제사나 차례에서
전 부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 되었으니 안타깝다.
 
 

 

이 사진들은 2000년 대 초반에 찍어두었던
흑백필름사진을 스캔해서 올린 것입니다.
사진은 여러 종가에서 찍은 것을
편집했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제사를 지내는 과정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