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가을에는

렌즈로 보는 세상 2009. 9. 3. 15:28

 

가을

                                       김현승(1913-1975) 광주.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16

 

'일상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샘추위 - 정연복  (0) 2010.03.27
아직 . . .   (0) 2009.09.08
[스크랩] 봄날에  (0) 2009.08.31
[스크랩] 스무살의 내가 스물 두살 당신에게..  (0) 2009.08.25
저녁노을  (0) 2009.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