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스크랩] 스무살의 내가 스물 두살 당신에게..

렌즈로 보는 세상 2009. 8. 25. 18:07

 

 

 

 

젊은 날엔 독서카드라는 것을 썼었다.

책을 읽고 난 후..그 느낌이나 공감하는 글을 기록해 두던..

그 독서카드 앞 표지에 저 글귀를 적어 두었었나 보다.

 

<나의 이성에게 바치옵니다.. 내 갈증난 영혼에게 드리옵니다..>

 

다시 꺼내어 뒤적여 보니..

내가 읽었던 책의 목록이나 ..내가 공감하던 말들..그 시절의 내 생각이 머물던 곳..

어쩌면 영원히 사장 되었을 수도 있었을 나의 어렸던 사고를 잠시 엿볼 수가 있어..반가왔다.

 

오늘 내가 찾고자 한 것은 저 색바랜 독서카드가 아니라..

내남자 군에 보낸 후 어느 날엔가..

사회관 도서관에 앉아 아마 TOEFLE 이나   VOCA22000을 펼친 채 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득 고개들어 한숨을 돌린 순간..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덮쳐와..

연습장을 펼친 채 휘리릭 써내려갔던 글..

얇은 크리넥스 휴지에다 다시 옮겨 적고 그 사이에 지난가을에 책갈피 사이에 꽂아 두었던 낙엽을 끼워..

학교앞 서점에서 코팅해서..군에 간 내남자에게 띄워보낸 글..

 

 

 

 

 

 

 

 

 

      세상은 가파른 언덕과도 같다.

      우리는 이 가파른 땅덩이 위에

      스스로를 곧게 지탱해야한다.

      네가 가야할 정상의 자리까지는

      아득하고 힘겨운

      정말 미치게 고독한 여정이다.

      때론 혹한 세파에

      네 여린 가슴이 갈갈이 해체되어

      바람에 구르는 한 잎 낙엽처럼 찢어져도

      너는 꽁꽁 언 땅을 헤집는 새순으로

      항시 새롭거라

 

 

      체념과 굴복에겐 한 치의 틈도 주지 말고

      진실과 정의로 말하고 행동하며

      산다는 게 참말 못견디게 서럽거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한 많은 어머니의 눈시울을 생각해라.

      결코 나약한 눈물일랑 흘리지 말며

      울더라도 강해지기 위해서만 울기로 하자.

 

 

 

 

 

     

      신이 허락하신 단 한 번의 인생

      이 인생을 가치롭게 살아야 할 의무를 다하고

      이 세상 오직 한 분

      사랑을 참으로 사랑하기 위하여

      나는 폭풍 휘모는 언덕위에

      고고히 서야 하리라

      서서 피빛 고통의 흐름속에서도

      아름다이 인생을 구사하고

      세상의 온갖 허상과 마음의 오뇌

      가슴을 허무는 진통으로부터

      너, 사랑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리라

 

 

     도달해야만 할 정상이 있고, 그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는 노력은 아름다워라

     내 딛는 발자욱마다 시퍼런 멍울이 맺혀도

     진정 노력하고 인내하는 삶은

     새벽이슬 머금은 백합보다 순결하여라

     나, 그렇게 모진 세상을 살고

     나, 그렇게 사랑도 하리라

 

 

 

 

 

 

    사랑은

    네가슴 가장 눈물 많은 곳에 나를 심는 일

    너의 눈물을 고스란히 받아먹으며

    내가 자라나는 일

    한무더기 낙엽으로 부패하여

    너를 한그루 청솔로 키우는 밑거름이 되는 일

 

 

    우리 둘이는 성성한 나무가 되어 서로를 지키고

    우리 둘이는 매일밤 별을 바라보자

    별처럼 높고 귀한 그런 사랑을 하자

    영원이 종말을 맞는 그날까지만

    우리 둘이 죽도록 사랑해 버리자

 

 

 

 

 

 

 

    마침내 고달픈 여정이 끝나는 모퉁이를 돌 즈음

    떠도는 구름인 양 생은 흘렀어도

    결코 허무한 것만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왠지 허전해 뵈는 하늘에

    삶과 사랑의 시 한 편을 수 놓는

    여유로움을 지니도록 하며

 

 

    완전히 보장되어 있지 않은 내일을 고대하기보다는

    내 생명이 호흡하는  지금 이 찰나를 소중히 여겨

    순간에 충실하고 순간을 사랑하며

    그러한 순간순간을 신실하게 엮어가는

 

 

    너

   그리고 나

   우리 둘이가 되자.

 

 

 

 

 

- 스무살의 벗님 -

 

 

 

출처 : 마음이 머무는 자리
글쓴이 : 벗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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