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림이야기

색채의 마술사

렌즈로 보는 세상 2010. 12. 15. 23:10

사람이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동물의 머리 속에도 사람이 들어 있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마음의 세계를 표현한 화가, 색채의 마술사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화가 샤갈전을 다녀왔다

러시아 비테프스크(현 벨리루스) 근교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한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전이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소공동 본관은

샤갈전 홍보물로 미술관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은다

20분 정도를 기다려 들어간 미술관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예전 샤갈에 대한 책을 읽었던 때 느꼈던 것 보다 더 크게 감동했다.

그는 정말 색채의 마술사였다.

 삼층 샤갈 기념품 매장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작품 촬영을 하지 못한 나도 소도록 한 권을 사서 이렇게 정리해본다

샤갈전은

6개의 테마별로 작품을 전시했다.

제1부 1910년-1922년까지 러시아 시기인 나와마을

                                                                                                        제2부 성서이야기

                                                                                                        제3부 사랑과 연인

                                                                                                        제4부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제5부 서커스

                                                                                                        제6부 종이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 나와 마을

 

<도시위에서>1914-1918. 캔버스에 유화

샤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샤갈이 그의 사랑하는 연인이자 첫번째 아내인 벨라와의 행복한 순간을 표현했다

샤갈은 '하늘과 땅사이에'에 있는 것을 좋아했고,

비상과 비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미지의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자신의 깊은 욕망을 표출한 작품이라고 한다

 <나와 마을> 1912 . 종이에 연필,수채,과슈

이 작품은 샤갈이 러시아에서 보냈던 시간을 압축해 놓았다

농업과 상관 없는 화가인 샤갈이 농촌을 작품의 소재로 즐겨삼은 것은

당시 무너져가는 유대인 사회에 비해

젊고 활기찬 농촌은 그에게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원근법의 파괴, 공간 질서의 부재,장면의 비현실성(소의 머리 속에 젓소와 사람이 있다)은

 농촌의 삶에 대한 동경이 반영된 이 작품이 샤갈의 대표작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이다

 <산책>1917-1918. 캔버스에 유화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샤갈에게 두가지 자유를 선사해 주었다.

그 하나는 2급 시민들로 취급받던 유대인들이 어엿한 러시아 시민으로 인정 받게 되었고

새로 조직된 예술 기관에서는 공직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더불어 결혼과 딸의 탄생으로 행복했던 샤갈은

마치 자신의 행복을 과시하기 위한 퍼레이드에서 깃발을 들고 있는 것처럼 부인을 깃발처럼 잡고 있다.

뒷배경에는 돔 모양의 지붕이 있는 분홍색 교회가 은은한 하늘빛,마을과 시골을 표현한  초록색감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벨라가 입은 원피스의 선명한 색상, 날아가는 듯한 모습,와인 병이 놓인 꽃무늬 식탁보는 작품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비테프스크 위에서> 1915-1920. 캔버스에 유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하늘을 날아가는 유대인을 표현한 이 작품은

쓰러져가는 유대인 사회를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고

유대인 사회를 떠나는 샤갈을 표현하기도 했다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춘수 -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靜脈(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靜脈(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數千(수천) 數萬(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三月(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네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농부의 삶> 1925. 캔버스에 유화

이 작품은 샤갈이 프랑스로 온지 2년째 되던해에 그려졌다

프랑스에 정착하기 어려웠던 샤갈은

자기가 나고 자란 비테프스크를 그리워했고

그곳에서 보았던 농촌의 생명력과 건강함을 사랑했고,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제2부 성서이야기

<아가서Ⅲ> 1960.

어린시절 부터 성서에 매료된 샤갈은 1931년-1934에 구약성서에서 택한 주제로 약 40점의 과슈화와 판화작업을 했고,

1950년부터 다시 성경 내용을 담은 작품을 제작했다.

성서는 종교적인 본질을 넘어서 화가 샤갈에게는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것이었다

<다윗 성채> 1968-1971 . 캔버스에 유화

이스라엘의 두번째 왕이었던 다윗은 기독교를 믿는 예술가들에게 매우 흠미로운 소재였다.

샤갈도 역시 많은 작품들에 다윗을 등장 시키는데

왕이라기보다는 하프를 켜며 노래하는 음악가로 표현한다.

샤갈은 예수를 알린 인물이 아닌 이스라엘 민족을 결집시킨 인물이자 음악가,

 그리고 구약성서 시편의 저자로 추정될 만큼 뛰어난 작가로서 다윗에 주목한다.

<회계한 탕자> 1975-1976 캔버스에 유화

샤갈은 성서 주제들 가운데 탕자 이야기를 가지고 이 작품을 제작하였다.

방탕한 생활로 물려준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한 이 작품의 분위기는 밝고 따뜻하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다 그렇다.

 

제3부 사랑과 연인

<파란 풍경 속의 부부> 1969-1971 캔버스에 유화

이 작품도 도시위를 날고 있는 연인 한 쌍을 보여준다.

1918년의 도시위에서와 같은 주제로 50년 후에 그려진 이작품의 배경은 달르다.

샤갈이 프랑스 남부에 살고 있을 때 그린 이작품은

1968년 첫 아내 벨라가 세상을 떠나고 재혼한 바바와 새 삶을 그리고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자신들을 둘러싼 행복감 때문에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다는 것을 표현했다.

또 이 작품은 한마디로 색채의 승리이다.

하늘의 푸른색이 전체를 그림 전체를 압도하여 부드럽고 아름답게 만들었고

샤갈은 이 시기에 부부의 행복과 사랑을 상징하는 연인, 꽃, 파란 하늘을 소재로 삶의 즐거움을 표현한 작품들을 여럿 남겼다.

 

<두얼굴의 신부> 1927 . 캔버스에 유화

이 작품에서는 그가 느끼는 감정을 신부로 표현하고자 했다.

왼쪽 얼굴은 달을 보면서 몽환적 분위기를 오른쪽 얼굴은 밝은 빛을 받으며 꽃을 바라보고 있다.

작품에서 샤갈은 한쪽으로는 러시아와 과거를

다른 한 쪽으로는 꿈을 바라보는 당시의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제4부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유대인 예술극장 소개> 1920 . 캔버스에 템페라. 과슈

모스크바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로 그린 이 그림은

추상미술을 거부하는 동시에 예술은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한다.

샤갈은 신이 없는 세상이라면 굳이 예술 속에 인간의 이미지를 삽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추상미술은 샤갈에게 있어서 신의 부재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음악> 1920 . 캔버스에 템페라. 과슈

 

제5부 서커스 

<곡예사> 1914. 캔버스 위 종이에 유화

이 작품은 피부처럼 착 달라붙은 의상에서 보이는 화려한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들은 작품에 생기있고,

강렬한,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이 작품은 마치 스냅사진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이 작품만이 가진 독특함이라 할 수 있다.

<하얀 곡마사와 광대> 1965. 캔버스에 유화

서커스를 주제로 한 작품 대부분은 선명하고 화려한 색을 사용하고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내는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어두운 색채가 주를 이룬다.

주변에 많은 인물들이 있지만 빛은 오로지 광대와 곡마사만 비추고 있다.

어두운 밤의 모습은 달의 존재로 인해 더욷더 강조되고 있다.

곡마사는 창조물이 가질법한 몽환성을 가지고 있으며, 광대는 손에 들고 있는 화려한 꽃다발에도 불구하고 슬퍼보인다.

곡마사는 관객쪽을 응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관객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이 두 인물은 이 세상에서 실종되고 제거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서커스의 한 장면을 통해 샤갈은 잃어버린 세계, 유년 시절의 향수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서커스에서> 1968-1971 . 캔버스에 유화

샤갈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즐겁게 해주는 광대도 예술가의 일종이라는 데서 동질감을 느꼈고,

어두운 색깔이나 우울한 주제들을 제외했다.

이 작품은 다채로운 기쁨과 향연을 보여준다.

또 무희의 팔 아래의 농부와 소,

무희의 드레스에 그려진 새, 가족,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 모습에서

마치 인공적인 세상 바깥에는 자연적인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듯하다.

 

제6부 종이작품

다프니스와 끌로에

<여름낮> 1961. 석판화                                                                        클로에 1961 . 석판화

그리스 시인 롱고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삽화

밈네르모스의 인용문 삽화 1967. 석판화                                          사포의 인용문 삽화 . 1967 . 석판화

고대 시인들의 작품 일부를 표현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신들의 땅 위에서>에 그린 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