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림이야기

헝겁과 놀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3. 28. 23:49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우연한 기회에 어떤 이득을 얻었다면 횡재했단 말을 한다.

재물을 얻은 만큼 좋은 일이 생겼단 말이다.

 

어제 북한산을 가다가 4.19묘역 정문 앞에서 만난 정민기씨의 지구바라기전은 횡재나 다름없었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법의 표현법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구바라기전은 그림이기도 하고 공예이기도 하다.

천에다 물감을 써서 그린 부분은 그림이고

그 그림을 미싱으로 밖아 또 다른 느낌의 표현을 한 것은 공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그림과 공예를 합성한 지구바라기전의 작품들은

그림에서 표현할 수 없는 공예적인 부분과

공예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회화적인 부분을 잘 살려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정민기씨는  2010년 계원디자인예술대학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아주 젊은 작가이지만

벌써 여러번의 전시를 한 것을 보니 그의 이 새로운 기법이 세상과 소통하는 데 큰 힘이 된 것 같다.

 

이제까지 내가 보아온 퀼트 작업은 대다수가

작은 조각을 연결한 가방이나 생활 소품들이였다.

그런데 작가는 그 퀼트를 이용해 이런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런 능력을 발휘한 것은

그의 말대로 작업을 할려고 하기 보단 헝겁과 놀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젊은 작가의 앞날의 또 다른 작업도 궁금하다.

갤러리 이후

작년 11월 17일 부터 일주일간 인사동에서 전시할 때의 팜플렛.

 

그의 작업실이자 갤러리엔 지금도 작업중이다.

Mask - Earth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빛을 등지는 길

 신은 말했다

 

 지구바라기

                               작가의 이야기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혹성에 신과 정원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혹성에는 정원사가 일생동안 가꿔야 하는

지구바라기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지구바라기는 평생  시들지 않는 색으로 빛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는데,

그 꽃잎은 신의 머릿결과도 같았습니다.

정원사는 말없이 지구바라기를 가꾸었고, 지구빛을 먹고 자라는 꽃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정원사는 매일 산책을 합니다. 늘 지구를 바라보며 걷다가 지치면 다시 지구를 등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구는 정원사의 피부처럼 푸른 빛을 띄는 별이었습니다.

 

" 난 언젠가는 꼭, 저 별에 가고 말거야 . . ."

 

신은 정원사에게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매일 들려주었지요.

 

"지구인들은 갓난아이로 태어나 어른이 되어가지 . ..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져 자신들을 닮은 아기를 낳고 살아간단다."

 

정원사는 지구인들의 사랑이야기에 매료되었답니다. 그는 신에게 지구에 가는 방법을 물어 보았습니다. 신은 말했습니다.

 

" 푸른 얼굴의 신을 찾아가거라.

그 신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구에 도착해 있을게다."

 

-- 이상 중략     --

 

작가의 이야기처럼 이번 작품은 지구가 아닌 어떤 별에 사는 정원사가 신의 도움을 받아 지구를 찾게되고

그들이 죽은 후에 정원사의 무덤에서 지구바라기가 자라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