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비오는 날에는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6. 29. 21:25

부산에는 물놀이라는데

서울은 폭우 피해가 잇따르니

요즈음 날씨는 변덕이 너무 심하다.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  날에 집에만 있다보면 사람이 착 가라앉아 의욕도 떨어지고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이런 날

 나는 창문틀 청소로 몸도 움직이고 내리는 빗물을 활용하는 일석이조를 경험하며 기분을 업 시킨다.

 

얼마 전, 비가 오는 날에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하면서 남편에게 심심하면 창문 청소나 해 보라며 청소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일 시킨다며 싫어할 줄 알았던 남편이 재미있다며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창문청소를 무슨 놀이하듯이 열심히 한다.

오늘 큰딸네 집에 와서도 그 청소는 계속되었다.

 

남편은 무슨 일이든지 누가 시키면 더 안하는 성질이라

딸아이와 난 신기해하며 마주보고 웃었다.

 

며칠 전에 어머님을 뵈러갔을 때 내가

"퇴직 후의 남자들이 남아도는 시간을 관리할 줄 몰라 빨리 늙는 것을 보는데

그이는 소식 하는데다 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니 아마도 장수할 것 같애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어머님도 당신 아들 오래 살 것 같다는 말에 얼굴 환해지던 모습도 생각이 났다.

 

오래살 것 같은 남편의 창문틀 청소 따라하기

살면서 가끔 대청소를 하지만

여름철 창문을 열어젖힐 때 보면 창문틀에는 언제 또 그렇게 까맣게 먼지가 쌓였는지....

 그 말라붙은 먼지를 청소하려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그 청소를 할만하다.

빗물에 먼지가 불어있어 청소가  훨씬 쉬워진다

청소를 하는 도구로는 두루마리 화장지와 나무젓가락 하나면 된다.

나무젓가락도 긴 것을 그대로 쓰면 어둔해서 창틀 닦아내기가 어려우니 이렇게 반으로 부러뜨려 사용하면 좋다

화장지를 적당한 크기로 끊어 물기로 촉촉해진 창틀에 넣어 젓가락으로 먼지를 닦아낸다

 

오늘의 청소당번인 젓가락

열심히 일할 것 같은 분위기다

닦아낸 화장지를 창틀 사이사이에 두어 물기를 빨아내게 한다

 

 쉴새 없이 닦고 또 닦아낸다

 

높은 곳은 받침대에 올라서서 닦아내고

깨끗하던 화장지가 몇 번을 젓가락을 따라 왔다갔다하니 요렇게 새카맣게 되었다

닦아내고 닦아내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오고

이제 두루마리 화장지는 끝이 보인다

마지막 화장지를 떼어내어 마무리를 하고나니

닦아낸 종이는 이제 처음의 깨끗한 모습은 없어지고

창문틀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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