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나의 사진 놀이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6. 16. 21:49

 

인물 사진 촬영 예약은 되어 있는데 사진은 하도 오래 찍지 않아서 이젠 필름 넣는 것도 가물가물하다.

전에 쓰던 필름을 꺼내어 보니

제조일이 2006년 10월이다

유통기한을 넘겨도 한참을 넘긴 제품이라 이걸 써야할 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비싼 필름을 그냥 버릴 수도 없어서

한 번 실험이나 해보고 버리자고 생각하고 촬영 준비를 했다

 

카메라를 꺼내 렌즈를 들여다본다.

 이젠 눈도 어삼무삼하니

그 어두운 대형 카메라의 렌즈에 촛점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출사 갈 때는 촛점 보아주는 어시스트(?우리 집 남자)가 있어

난 별로 촛점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데 오늘은 혼자라 내가 보는 수밖에 .

방법을 찾다보니 이렇게 흰종이에 크게 동그라미를 그려 피사체에 대고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초점을 맞추고 촬영을 한다.

어두운 밤에 조명으로 피사체는  다시 태어나고

찰칵 거리는 셔터 소리는 적막을 깨며 경쾌하다.

 

어렵게 촬영을 마치고 현상을 하기 위해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니

약품들은 아무탈 없이 무던히도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상 기구들과 약품들을 꺼내 모아보니 얼마만에 보는 내 친구들인가 귀엽고 귀여울 뿐이다.

 찍은 필름을 암실에서 현상 교반통으로 옮겨 현상 준비를 하고

약품을 희석하여 현상준비를 완료했는데

또 교반 방법이 가물가물하다.

30초 교반하고 15초를 쉬는가?

15초 교반하고 30초를 쉬는가?

아니면 45초를 하고?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못쓰는 필름 연습삼아 하는 건데

30초를 교반하고 15초를 쉬는 것으로 결정하고 열심히  . ...

그렇게 8분을 현상하고 나서 30초 간 정지액으로 다시 교반하고

마지막 정착액으로 9분 간 마무리

그리고 나서 흐르는 물에 1시간을 씻어 내고 나서 기대에 부풀어 꺼내보았다

 

역시, 결과는 예상했던대로 실패다.

개봉을 해서 냉장고에 오래 보관했던 필름이라 습기로 인한 얼룩이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수확은 있다 .

오랫동안 현상을 하지 않아 녹슨 감각을 다시 되새김질 해 보았다는 것이다. 

라이트 박스에 올려놓고 봐도 루페로 자세히 들여다 봐도 뭐 그렇고 그렇다.

또 모를 일이다 저 필름이 내가 찍은 사진에 좋은 작용을 할지도. . . . . 

 

오늘 오랫동안 이리 저리 휘두리 거꾸로 까지 흔들리느라 애쓴 니들도

목욕까정 했으니 다시 새로운 필름으로 작업을 할 때까지 쉬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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