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등산을 올랐다가
봉정사와 영산암을 들려서 왔다
녹음 짙어가는 봉정사 주변은 지는 쪽동백이 눈이 시리다.
엊그제 새잎 파릇해지는가 싶었는데
벌써 동백도 아니고 쪽동백이 진다니 마음 쓸쓸해진다.
나이 들어 갈 수록 떨어지는 꽃에 자꾸 시선이 가는 것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낙화
조 지 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