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 김정임
허공으로 치닫던 날빛
바다의 발끝에 모여
잉걸불 지피는 저녁 때
의식을 치르듯
몸을 기울여
바다는 가만히 눕고 있다
연모의 노래 출렁이는 심연
불꽃 당겨지면
속살까지 달아 달아오르다
눈부시게 터지는 폭죽
다시 빠르게 사라지는 관능의
저 꽃들,그늘진 자리
아름다운 소멸의 흔적
일몰 / 이외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을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