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강태공, 아무나 하나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7. 14. 22:08

 

오늘 오후 잠깐 비가 멈추기에

청평 읍내에서 가까운 산장관광지로 낚시를 갔다.

 

남편은 여기 물이 좋다며 낚시를 꼭 한 번 해봐야 된다고 오랫동안 별러왔다.

오기 전에 작은 낚싯대도 하나 사고

물신도 사고 착실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낚싯대가 영 시원치 않았다.

낚싯대 굵기가 엄지 손가락만하다.

떡밥도 달지 않는단다.

저걸로 고기를 잡을까 싶은데

남편은 자기는 어릴 적에 낚시 도사였다니 믿을 수 밖에.

특히 자기는 피리 잡는데 도통했단다.

 

그런데 그 도사님 솜씨는 비 때문에 볼 일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실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남편의 낚시 실력을 한 번 볼까요.

며칠을 비가 엄청나게 왔으니 산장관광지 앞 계곡은 소용돌이 치는 물이 무섭습니다.

 

차에서 천천히 내려 가다보니 부녀가 낚싯대를 붙잡고 난리 났습니다

 

뭐 땜에 저러나 싶어 가까이 가보니

 

민물 낚싯줄이 꼬이고

 

바늘 꽂아 놓은게 영 빠지지 않나봅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바늘을 빼내어

 

호기있게 물가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워 봅니다.

그것도 물 흐름이 조금 완만한 곳에서요.

그러나 감감 소식입니다.

 

자리를 옮겨도 봅니다

 

그러나 낚시바늘을 무는 놈은 하나도 없습니다.

 

소용돌이 치는 보 밑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엄청 많이 잡았습니다.

탐이 납니다.

 

이 강태공도 그들 옆으로 슬쩍 자리를 옮겨 봅니다.

 

그러나 헛손질만 자꾸 합니다.

애절한 마음을 담아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면서 낚시를 합니다.

제발 고기야!!!

그래도 안됩니다.

 

진이 빠진 강태공

이제 선수를 교체합니다.

 

이 선수도 좀 더 물 가까이 가 봅니다

 

뭐하나 싶었는데

고기는 안 걸리고 바늘이 풀에 걸렸습니다.

 

겨우 바늘을 빼내어 다시 드리워 보지만

역시 조용합니다.

 

답답한 강태공

다시 낚싯대 돌려 달랍니다.

그래도 고기들은 반응이 없습니다.

 

수초만 낚싯대에 반응합니다.

 

이제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지 낚싯줄을 거두고 돌아옵니다.

 

자기의 실력을 인정하는지 항복하고 돌아옵니다.

 

이제 헛 수고한

 

낚싯대를 거두어 돌아오는 줄 알았더니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다시 가보니

뭔 봉지를 주워가지고 물가로 갑니다

그 걸 또 깨끗이 씻고 있습니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만

아까 고기 많이 잡은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떡밥이랍니다.

담엔 또 떡밥으로 유인해 볼란 모양입니다.

 

피리 한 마리 잡지 못하고

두 시간을 넘게 강가에 머문 남편의 최후의 변은

"여기는 물이 너무 깊어 고기가 안 잡힌다.

이 낚시는 물이 발목까지 찰방찰방하게 오는 곳이래야 잘 되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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