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마지막 장미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9. 23. 14:35

 

 

마지막 장미

                  김남조

 

 

지순한 정에 넘치고

에오라지 잘 되기를 비는

연한 새순같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주겠는가

 

 

 

반생을 지운

삶의 산마루에서

불연듯 느껴오는  보라빛 광망의

달밤같은 그리움이 있다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순은 벌어 잎새 무성하고

머잖아 눈부신 꽃숭어리를 펴 바칠

기찬 동경과 바라움으로

검은 살눈썹이 젖어든다면.....

 

 

 

여인이여

우리 생애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

언제 올지는 모른다

생명의 잔을 비우고 돌아가는 길은

우모인 양 내려 쌓이는

하얀 눈벌일지도 모르는데

 

 

 

숙연하여 몸서리칠 그때

마지막 누구의 이름을

부르겠는가

 

 

 

여인이여

도금한 금붙이의 갑싼 자랑이나

지난날의 사치스런 욕망들을 흘려버리고 

 

 

 

씻은 구슬같은 마음밭에

하나의 사랑만이 있는 대로의 깊이로 깃들인다면

그 사랑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한 송이 뜨거운 장미,

마지막 장미를

가진다며는

 

 

90

 

강원도의 산 속에서는 첫 서리가 내렸다는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인데

아직 초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장미가 남아있다.

몇 송이 남지 않은 장미를 바라보며

만약에 내게 한 송이의 마지막 장미가 있다면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김남조 시인의 마지막 장미를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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