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미
김남조
지순한 정에 넘치고
에오라지 잘 되기를 비는
연한 새순같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주겠는가
반생을 지운
삶의 산마루에서
불연듯 느껴오는 보라빛 광망의
달밤같은 그리움이 있다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순은 벌어 잎새 무성하고
머잖아 눈부신 꽃숭어리를 펴 바칠
기찬 동경과 바라움으로
검은 살눈썹이 젖어든다면.....
여인이여
우리 생애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
언제 올지는 모른다
생명의 잔을 비우고 돌아가는 길은
우모인 양 내려 쌓이는
하얀 눈벌일지도 모르는데
숙연하여 몸서리칠 그때
마지막 누구의 이름을
부르겠는가
여인이여
도금한 금붙이의 갑싼 자랑이나
지난날의 사치스런 욕망들을 흘려버리고
씻은 구슬같은 마음밭에
하나의 사랑만이 있는 대로의 깊이로 깃들인다면
그 사랑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한 송이 뜨거운 장미,
마지막 장미를
가진다며는
강원도의 산 속에서는 첫 서리가 내렸다는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인데
아직 초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장미가 남아있다.
몇 송이 남지 않은 장미를 바라보며
만약에 내게 한 송이의 마지막 장미가 있다면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김남조 시인의 마지막 장미를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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