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갈대를 노래하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1. 22. 08:25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이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

                    천상병

 

환한 달빛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갈대

                정호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온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

 

내가 아직도 바람 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에 햇살이 빛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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