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연

가족과 함께해서 더 아름다웠던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제9회 정기연주회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1. 27. 08:17

 

 

요즈음도 기타연주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지만

제 젊은 날에는 기타 좀 칠 줄 알면 그 인기는 끝을 모르게 치솟을 정도였지요.

특히 따로 악기라고는 없던 시골에서 나팔바지에 기타를 들고 다니는 남학생이라면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요.

그런 시절을 살아온 저는 지금도 기타를 치는 사람이 그렇게 멋있어 보인답니다.

그런데 그런 멋있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지난 25일(일요일) 오후 5시에 찾아간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는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의 제9회 정기연주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광명의 여성들이  이른 겨울의 늦은 오후를 아름다운 선율로 수 놓은 연주는

약간은 흐릿한 날씨도 화사하게 할만큼 멋진 연주로,

가족과 함께 하는 따스한 모습으로 저를 비롯한 시민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줬답니다.

 

 

 

 광명시민회관은 연륜이 묻어나는  외관처럼 오랜세월   시민들과 가까워질려는 노력으로 걸어온 것 같습니다.

제가 시민회관 앞을 지날 때마다 거의 매번 공연이나 전시회 또는 시민들과 대화를 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었으니까요.

25일에 갔을 때도 '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공연에 이어

27일 화요일에는 '문화예술교육 클러스터 거점학교 발표회'가 있다는 현수막이 보이네요.

 

 

 

 

 

 

시민회관 앞에는 공연이 있을 때마다 꽃을 파는 사람이 있어요.

늘 좋은 공연을 보여준 연주자에게 주는 선물로는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겠지요.

그런데 오늘은 꽃을 사는 사람들이 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버지들이 대부분인 걸 보니 단원들이 주부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엄마가 집에서 아름다운 선율의 기타를 치면 아이들이 너무너무 행복할 거란 생각을 하니 저도 행복해지며 빨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네요.

 

 

 

 

 

할아버지와 함께 온 이 아이들도 엄마가 단원인 모양이네요.

할아버지의 며느리인지 딸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의 공연을 보러 온

머리 희끗희끗한 할아버지와 손주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네요.

 

 

 

순수 아마추어 합주단이다 보니 관람객을 엄격하게 통제하지는 않았네요.

젊은 엄마의 품에 안긴 이 아기도 분위기 파악은 제대로 한 것 같네요.

열심히 리플렛을 보며 공연을 이해할려고 하네요.  ㅎㅎㅎ

 

 

 

 

 

 

드디어 막이 오르고 클래식 기타를 든 단원들의 연주가 시작돼고,

저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클래식 기타가 편안하고 좋더라고요.

 

조용하지만 감미로운 선율로  'The Last Waltz'(영화 '올드보이' 삽입곡)를 시작으로

'개선행진곡'과 '위풍당당행직곡'을 연주할 때는 저도 모르게 발 장단을 맞추고 있었지요.

날렵한 몸매의 이경선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연주를 하는 단원들을 아마추어라 얕보면 절대로 안되는 솜씹니다.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은 전문가들이 아니라 순수한 아마추어 단원들이다보니 훈훈한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기타 연주라면 여고 시절 참 많이도 좋아했던 단조롭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율의 '로망스' 정도만 알고 있던 제게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의 연주는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왔지요.

여섯 개의 굵고 가는 줄로 표현하는 감미로운 합주의 선율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힘도 있었지요.

 

 

 

 

합주가 끝나고 사회자님의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에 대한 설명이 있네요.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은 1999년 광명시 여성회관 클래식기타 수강생들이   주가 되어 창단되었습니다. 

창단 이후 거의 매년 정기연주회를 가졌으며 올 해는 제9회 정기연주회입니다.

단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주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는 30여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은 정기연주회 외에도 각종 연주회에 초청공연을 하여 광명 여성들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으로 멋진 공연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으신 분은 지도와 지휘를 맡고 계시는 이경선 선생님께 연락 주십시오.

(연락처 : 010-9036-9541)

 

 

 

 

 

 

합주가 끝나고 '조명자'씨의 독주가 시작되었어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연주하는 '라리아네의 축제''작은 로망스'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저도 기타를 배우고 싶더라고요.

'작은 로망스'는 '로망스'보다도 기교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데

이런 곡을 소화하시는 '조명자'씨는 제 눈에는 완전 전문가로 보이네요.

연주도 연주지만 곡을 해석하며 기타를 치는 것 같은 표정이 더 멋지더라고요.

 

 

 

 

 

 

 

 

네 명의 연주자가 서로 눈과 눈을 교환하며 연주하는 더블2중주

영화 '디어헌터' 의 주제곡인 'Cavatina'에 이어 연주한  'La Ragazza De Bube (부베의 연인)',

'부베의 연인' 탱고의 선율이 인상적인 곡 입니다.

 

아름다운 탱고 선율과 흑백영화의 애잔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는 선곡이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어요.

저도 물론 기분 좋은 박수를 보냈지요.

 

 

 

 

 

부베의 연인

 

배호

 

1

 종소리가 울던날에

노을이 물들은 마을을 떠나간 그사람

눈동자에 슬픈 빛을 띄우고

먼하늘 바라보면서 약속도 없이

 

2

저종소리 또 울어도

사랑을 남기고 쓸쓸히 떠나간 그사람

오신다는 소식은 전연없고

외로운 비둘기혼자 눈물을 짓네

 

 

 

 

 

 

 

 

 

'부베의 연인'에 취해 있다보니 어느새 오늘의 마지막 연주인 다 함께 노래를 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하와이 민요 '진주조개잡이'로 시작한 이번 연주는

대부분의 관중들이 알고 있는 노래라 관객도 연주자도 신이 났네요.

 

 

 

 

특히 양쪽 싸이드에서 연주하시던 네 분은 서서 연주하니 더욱 신이 났어요.

김만수의 "영아'는 중년의 관객들은 크게 소리내어 따라 불렀지요.

 

 

 

 

 

또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이나 김태우의 'High High' 의 인기도 대단했지요.

특히 'High High' 의 신나는 리듬에는 남녀노소 모두 박수를 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답니다.

 

 

 

 

이번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의 제9회 정기연주회는 단원들도 애썼지만

특히 지도와 지휘를 맡은 이 분 이경선(한국기타협회 서울시 금천지부장, 광명 여성회관 클래식기타강사)씨의 노력이 많았던 것 같네요.

아마추어인 여성들을 가르쳐서 이런 무대를 해마다 가진다는 게 얼마나 힘드셨을까마는 지휘를 하는 내내 열과 성을 다한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거든요.

 

 

 

 

지휘자 이경선선생님의 손끝의 움직임으로 하나 된 이번 제9회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정기연주회는

전문가들이 아니라 순수한 아마추어 단원들이다보니 화려한 연주가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음악으로 하나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특히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이 함께하는 자리라서 더 아름다웠어요.

연주가 끝나고 두 곡의 앵콜송을 듣고도 자리에서 손뼉을 치는 모습은

엄마를

아니면 아내를

아니면 며느리나 딸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겠지요.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더블 이중주를 연주하였던 '안미영'단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은

기타를 배운지 5년이 되었다네요.

그런데 그렇게 멋지게 '부베의 연인'을 연주하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더니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네요.

그리고 기타를 배우고 나서 좋아진 점을

" 음악이라는 공통된 화제로 가족들과 더 화목해졌고, 자녀들과도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또 바쁘고 즐겁게 살다보니 제 건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