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사를 다녀오는 길,
다인면 소재지를 거치지 않고 삼분리로 돌아오다가 만난
작은 언덕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날 저무는 안계들판을 바라 보는 풍경도 좋다.
겨울의 가운데서 바라 보는 풍경이 아주 춥지만은 않고 따스함도 있어 좋다.
겨울 농부
나태주
우리들의 가을은
귀퉁이에
검불더미만을 남겨놓고
저녁 하늘에 빈
달무리만을 띄워놓고
우리들 곁을
떠나갔습니다.
보리밭에 보리씨를 뿌려놓고
마늘밭에 마늘쪽을 심어놓고
이제 이 나라에는
외롭고 긴 겨울이 찾아올 차례입니다.
헛간의 콩깍지며
사래기를 되새김질하는 염소와
눈을 집어먹고
껍질 없는 알을 낳는 암탉과
어른들 몰래 꿩약을 놓는
아이들의 겨울이
찾아올 차례입니다.
그리하여
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눈 속에 갇혀 외롭게
우는 산새 소리를 들을 것이며
눈에 덮여서 더욱 싱싱하게
자라는 보리밭의 보리싹들을
눈물겨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눈물겨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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