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 시 '아름다운 곳' 중에서

렌즈로 보는 세상 2017. 5. 1. 07:30



움이 튼다싶더니 벌써 푸른색이 짙어진다.

나이 들어가면서 맞이하는 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어릴 적 십리 길을 걸어오는 하굣길의 봄날은

보릿고개를 넘던 길이라

유난히도 길었던 봄날인데 말이다.

봄이 점점 빨리 지나간다는 것은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일 것이다.

봄의 길이가 짧아지는 만큼

점점 더 그리워지는 내 인생의 봄날이다.

그런 나에게 며칠 전 선경도서관에서 듣는

 '감동과 울림의 명작읽기'

에서 처음으로 만난 문정희 시인의 시 

 '아름다운 곳'

내 마음 깊숙이 들어와 앉았다.














아름다운 곳

문정희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은 하나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펄 같은 흰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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