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광교 원천호수 산책로를 걸었다.
호수에 쏟아지는 마지막 햇살이 반짝인다.
일몰 시간의 윤슬은 애잔하다.
휴대폰을 누르면서
일몰의 시간을 좋아하던 멀리 떠난 친구를 생각했다.
해질 무렵 어느 날
이해인
꽃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운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화로운 빈 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
살뜰한 정을 나누어 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있을까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 이해인 시집 {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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