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이 튼다싶더니 벌써 푸른색이 짙어진다.
나이 들어가면서 맞이하는 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어릴 적 십리 길을 걸어오는 하굣길의 봄날은
보릿고개를 넘던 길이라
유난히도 길었던 봄날인데 말이다.
봄이 점점 빨리 지나간다는 것은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일 것이다.
봄의 길이가 짧아지는 만큼
점점 더 그리워지는 내 인생의 봄날이다.
그런 나에게 며칠 전 선경도서관에서 듣는
'감동과 울림의 명작읽기'
에서 처음으로 만난 문정희 시인의 시
'아름다운 곳' 은
내 마음 깊숙이 들어와 앉았다.
아름다운 곳
문정희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은 하나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펄 같은 흰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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