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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계단이 아름다운 예술의 거리 소호 - 뉴욕2

렌즈로 보는 세상 2018. 3. 22. 07:00




예술가들이 소호에서 전시를 했네,

어느 예술가는 그곳에서 작업을 하네,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소호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내가 소호거리가 있는 뉴욕을 갔으니

그곳을 걸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어 안내가 되는 뉴욕 투어버스를 타고 내린 소호는

먼저 아름다운 철제 계단이 내 시야에 확 들어왔다.











소호는 South of Houston 의

머릿글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엔 고급 주택가였지만

부자들이 업타운으로 빠져나가면서

공장지역으로 변했다가

대공황 이후 슬럼으로 방치되었고

그 빈 건물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작업실을 만들면서

예술가의 거리가 된 곳이다.









19세기 초반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건물들이

아직도 주축을 이루고 있는 소호엔

 건물 겉면에 철제 계단이 붙어있는 건물이 많다.

영화에 많이 나오는 추격전 벌어질 때

도망치고 매달리고 총맞는 바로 그 계단이다.

공장으로 쓰기 위해 지어진 높은 천장의 좁은 건물들을 로프트(loft)라고 하는데 

화재시 비상 탈출을 위해 두 곳의 출구를 둬야한다는 안전 규정이 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비상 계단인데

1층에 비상공간을 만든 것과 비슷한 이유로

소호의 건물들은 철제계단에 뒤덮이게 되었다.

멋있으라고 단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이미지가 나쁘진 않다.

소호만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인 것 같다.

 













예술의 거리를 갔는데 갤러리를 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사진 전시를 하는 곳이 있어서 들렸다.

많은 공을 들였을 남극지방 사진에

깔끔한 디지털 프린트가 맘에 들었다.

아주 유명한 사진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가격도 괜찮다.

100cmX80cm 정도 되어보이는

저 곰 사진이 50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관광객들은 ‘소호’ 하면 패션 명소를 떠올리지만

한때 이곳은 예술가들의 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유명한 샾들이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인사동과 홍대가 변질되고 있는 것처럼

소호도 현재는 예술가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상업적인 공간이 많아진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호는 매력있는 곳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도 없고,

나지막한 건물들이 정겹고,

마치 동네를 걷듯 편안하게 걸으면서

 예술가들의 흔적도 느낄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호에서 쇼핑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곳의 모든 샾들은 오후 7시에서 8시쯤이 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쇼핑을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소호가 예술가의 거리라는 것은 이런 공사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곧 공사를 해야 하는 곳이지만 벽의 페인트 칠 하나도 작품이다.

마치 몬드리안의 작품을 변형시킨 것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장난치듯 그려놓은 그래피티도 아름답다.

이런 작은 모습으로 인해 예술의 거리는 유지되는 것 같다.







 오래된 철제 계단이 아름답고,

오래된 벽돌 길의 땜질도 작품이 되는 곳,

그런 소호가

 디자이너들의 아름다운 작품만이 넘쳐나는 곳이 아닌

작가들의 작업공간도 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