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소호에서 전시를 했네,
어느 예술가는 그곳에서 작업을 하네,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소호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내가 소호거리가 있는 뉴욕을 갔으니
그곳을 걸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어 안내가 되는 뉴욕 투어버스를 타고 내린 소호는
먼저 아름다운 철제 계단이 내 시야에 확 들어왔다.
소호는 South of Houston 의
머릿글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엔 고급 주택가였지만
부자들이 업타운으로 빠져나가면서
공장지역으로 변했다가
대공황 이후 슬럼으로 방치되었고
그 빈 건물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작업실을 만들면서
예술가의 거리가 된 곳이다.
19세기 초반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건물들이
아직도 주축을 이루고 있는 소호엔
건물 겉면에 철제 계단이 붙어있는 건물이 많다.
영화에 많이 나오는 추격전 벌어질 때
도망치고 매달리고 총맞는 바로 그 계단이다.
공장으로 쓰기 위해 지어진 높은 천장의 좁은 건물들을 로프트(loft)라고 하는데
화재시 비상 탈출을 위해 두 곳의 출구를 둬야한다는 안전 규정이 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비상 계단인데
1층에 비상공간을 만든 것과 비슷한 이유로
소호의 건물들은 철제계단에 뒤덮이게 되었다.
멋있으라고 단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이미지가 나쁘진 않다.
소호만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인 것 같다.
예술의 거리를 갔는데 갤러리를 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사진 전시를 하는 곳이 있어서 들렸다.
많은 공을 들였을 남극지방 사진에
깔끔한 디지털 프린트가 맘에 들었다.
아주 유명한 사진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가격도 괜찮다.
100cmX80cm 정도 되어보이는
저 곰 사진이 50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관광객들은 ‘소호’ 하면 패션 명소를 떠올리지만
한때 이곳은 예술가들의 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유명한 샾들이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인사동과 홍대가 변질되고 있는 것처럼
소호도 현재는 예술가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상업적인 공간이 많아진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호는 매력있는 곳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도 없고,
나지막한 건물들이 정겹고,
마치 동네를 걷듯 편안하게 걸으면서
예술가들의 흔적도 느낄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호에서 쇼핑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곳의 모든 샾들은 오후 7시에서 8시쯤이 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쇼핑을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소호가 예술가의 거리라는 것은 이런 공사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곧 공사를 해야 하는 곳이지만 벽의 페인트 칠 하나도 작품이다.
마치 몬드리안의 작품을 변형시킨 것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장난치듯 그려놓은 그래피티도 아름답다.
이런 작은 모습으로 인해 예술의 거리는 유지되는 것 같다.
오래된 철제 계단이 아름답고,
오래된 벽돌 길의 땜질도 작품이 되는 곳,
그런 소호가
디자이너들의 아름다운 작품만이 넘쳐나는 곳이 아닌
작가들의 작업공간도 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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