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시골 크지 않은
초가집에서 보낸 나는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도
그 때 그 시절의
붉은 황토로 된 벽과
돌을 섞어 만들 토담을 늘 그리워했다.
20여 년 전
사진을 처음 배우고
내가 찾아나선 피사체도
그런 것들이었다.
시골 구석구석을 헤매며 찾아낸
그 벽이나 담들은
그 때 그 시절 작은 초가집의 그것보다
소박한 맛은 적었지만
훨씬 아름다웠다.
꾸미고 만든 조형미와
갈라지고 뒤틀린 흙의 질감,
그것들에서 나는 아버지의
흙 담을 쌓던 모습과
더러워진 벽에 황토 물을 칠하던
모습을 만나며 행복했다.
그러나 새마을 사업과 산업화로
농촌의 모습은 그 때만 해도 많이 변했고,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모습은 만나기 힘들어간다.
이제 다시 그곳을 찾더라도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으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봄이 되면
고향 가는 길에 저곳을 다시 찾고 싶다.
특히 사라지는 흙 담과 벽을
아쉬워하는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마지막 사진의
그 벽을 만나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