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림이야기

열린 문화공간 후소(後素)

렌즈로 보는 세상 2019. 2. 22. 07:00




나는 수원화성 안 쪽 동네인 

행궁동을 걷기를 좋아한다.

오래된 전통시장이 있고,

넓지 않은 골목에

나지막한 집들이 올망졸망한 게

마치 고향 같기도 해서이다.

특히 그 길을 걷다가 보면

수시로 마주하는 화성성곽과

건물들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하나 둘

가게의 이름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카페나 레스토랑이 

한 집 건너 하나씩 들어섰다.

그런 골목걸을 걸을 때면

'이 사이에 편안하게

들락거릴 수 있는

 작은 갤러리가

많아졌으면 참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안에

<수원화성박물관>이나

<아이파크미술관>

같은 대형 박물관과 미술관은 있다.

다만 이웃 드나들듯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갤러리가 한두 개뿐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그곳을 거닐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곳을 발견했다.

공방거리를 지나다닐 때면

소나무 가득한 정원이 아름다운 저택을 보며

'저런 집을 갤러리로 만들면 어떨까?'

라고 생각했던 그 집이

<열린 문화공간 후소>로 다시 태어났다.

반갑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








<열린 문화공간 후소(後素)>

개관을 기념하여 수원시 에서는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전시를 마련했다.

물론 원본은 아니고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삼성미술관

등에 소장하고 있는 복사본이다.

복사본이라 오래된 느낌은 없지만

자세하게 관찰하기에는 더 좋다.






갤러리의 이름을 후소(後素)라고 한 것은

  오주석(1956~2005)의 호를 딴 것이다.

후소 오주석은 이곳과 가까이에 있는

남창초등학교 출신 미술사학자로

우리 문화유산과

전통미술의 대중화에 힘썼던 인물이다.

그가 특히 애정을 가지고 연구했던

작품들은 주로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이다.

오주석은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을 비롯한 저서에서 옛그림 감상법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였다.







이곳에 전시된 그림에는

국보 제217호 정선의 금강전도,

보물527호 김홍도의 씨름,

보물 1477-1호 이명기의 채제공 초상을

비롯한 귀한 그림들이 전시되었다.

그림 하나하나를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


그림은 찬찬히 봐야 한다."

"그림의 대각선 길이 1~1.5배

거리에서 천천히,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봐야 한다."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그가 말한 대로 그림을 보다보면

그림 옆에 쓰인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이해하기도 좋다.






이층은 오주석의 서재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두 칸으로 나누어진 공간에서

그의 미술사랑을 볼 수 있는

책을 직접 볼 수도 있다.

내가 갔던 날도 젊은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책을 보면서

"옛 그림은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그것은 학문의 대상이기 전에

을 놓고 바라보게 하는 예술품이다..

옛 그림을 학문적으로 대할 때는

까다로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 인간의 혼이 담긴

살아있는 존재로 대할 때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기름지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생명의 의미를

고양시킨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이라고 말한 그의 미술에 대한 사랑을

대물림하고 있었다.







이른 봄날의

따스한 기운 가득한 그곳은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더 따스한 곳이었다.

서울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건축가

김석철의 작품인 건축은

단아하고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곳을 내어준

건물주인이었던

수원 백내과 원장님의 결단도 아름답다.

또 <후소>란 이름을 갖게 해준

이고장의 자랑스러운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우리 그림 연구는 더욱 아름답다. 

이 전시는 7월까지만 하고

그 다음에는 고 오주석의 뜻을 기려

미술사학에 대한 교육을 한단다.

시간이 된다면 나도 그 강의는 꼭 듣고 싶다.



관람시간 : 09:00~ 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 무 료

주소 : 팔달구 행궁로 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