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림이야기

나도 화가가 되는 뮤럴리스트(창작벽화가) 황성보 전시회 '창작과 공감을 벽화에 담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4. 1. 08:04

 

이곳저곳 구경 다니기를 좋아하는 이사람

오랜만에 광명에 올라와서 시민회관에 볼거리가 없나 싶어 살펴보았더니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에서

<뮤럴리스트 황성보의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벽화 전시회>가 있다고 하네요.

 

'뮤럴리스트, 듣기에도 생소한 이름의 황성보작가의 전시는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어제(31일) 오전에 광명시민회관 전시실로 향했어요.

 

 

 

전시실에 들어서니 벽화전시회라더니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는 벽화가 아니라

"우리는 눈으로 볼 수가 있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만 잘 볼 수 있어."

라는 글과 함께 어린 왕자의 모습이 보이네요.

'어 왜 어린 왕자가 왜 여기에...'

라는 생각을 하며

 

 

마침 자리에 계시던 작가인 황성보님을 만나서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 전시된 작품들은

합판으로 사각의 틀을 짜서 그 위에 물감을 칠하고 코팅을 한 켄버스에

제가 어린왕자를 읽고 느꼈던 감정을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기존의 벽화들이 누군가가 그려준 그림을 옮겨 그린 것이라면 저는 다시 창작해서 그린 그림이지요.

그리고 전시회를 보러 온 모든 이들이 화가나 시인이 될수 있도록 제 그림 위에 덧그림을 그릴 수 있게 분필과 지우개를 뒀습니다.

제 그림이 칠판이나 도화지 같은 구실을 하지요."

 

 

 

그렇더라고요.

작가님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전시회를 온 가족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가족들은 행복해하네요.

 

 

 

이 전시는 모든 게 아날로그적이네요.

작가 소개글도  이렇게 분필로 적었어요.

자라면서 칠판에 쓴 판서를 보고 공부한 우리들로서는 너무나 친근하지 않나요?

깔끔하게 인쇄된 글보다 얼마나 편안하던지요.

 

 

 

각각의 그림에는 설명이 붙어 있네요.

어린 왕자의 행성여행

'소행성 B329에 있는 가로로등지기(가운데)

paint. Muralist 황성보 2013

"나는 아주 힘든 일을 할 수 있어"

아주 작은 행성에서 홀로 가로등을 밝히고 끄는 일을 하는 그는,

낮과 밤이 금방 찾아와 쉬지도 못하고 소등과 점등을 반복하는 고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 즐거운 전시회라는 것은 잠시만 지켜보아도 알 수 있네요.

다녀간 사람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잠시 감상하다보면

작가는 또 다른 관람객을 위해 그림을 닦고 있네요.

 

 

 

내 그림이 누군가를 위해 지워지긴 하지만

잠시나마 내가 작가가 되어 나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이라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로 부터 사랑을 받는 모양이네요.

 

 

 

그렇다고 모든 나의 작품들이 지워지는 건 아니지요.

영구보존용 방명록 쓴 글이나 그림은 작가가 스프레이로 코팅을 하여 오랫동안 보존하여 나도 작가가 될 수 있게 했네요.

 

 

 

이렇게 작가나 보는 이들이 모두 즐거운 전시회를 하는 작가님의 그림을 보려면 광명의 이곳을 가면 된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전시장이 아닌 현장에서 그의 그림을 만나 오늘 느꼈던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어지네요.

 

 

 

작가는 구경 오신 사람들에게 일일이 그림을 읽고 참여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네요.

많은 개인전을 하는 작가들이 관람객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요?

어떤 전시장에 가보면 너무 고자세인 작가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거든요.

 

 

작가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광명 북초등학교 3학년 이시연 어린이를 만나봤어요.

"엄마와 아빠, 동생과 함께 와서 그림 그리고 노는 게 너무 즐거워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라고 말하네요.

 

그렇습니다.

이 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전시인 것 같네요.

 

 

 

구경하는 사람들도 그림을 배경으로한 또 하나의 행복한 그림이 되는 전시장,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오늘 안에 보지 않는다면 볼 수 없다니 너무 안타까워서

다시 작가님을 만나 보았지요.

 

 

 

"이번 전시에 온 관람객들이 너무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1년에 한 번쯤은 이런 장을 마련해야할 것 같습니다.

15년 동안 벽화를 그리느라 정신 없이 바쁘다보니 이런 자리는 엄두도 내지 못하였거든요."

 

 

 

15년 경력의 뮤럴리스트 황성보작가는

앞으로 이런 마음으로 다시 벽화를 그릴 것이라고 하네요.

그렇지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5년의 벽화를 그린 노하우가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행복을 줄 것 같네요.

 

 

 

전시장에서 관람객들도 작가가 될 수 있게한 기발한 발상으로 사람들과 공감하는

황성보작가의 첫 개인전 <창작과 공감을 벽화에 담다> 전은

그렇게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오늘 안타까운 막을 내릴 것 같네요.

가까이 계신 분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라도 가시면 가슴 가득 행복을 새기고 올 것 같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