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원화성 안 쪽 동네인
행궁동을 걷기를 좋아한다.
오래된 전통시장이 있고,
넓지 않은 골목에
나지막한 집들이 올망졸망한 게
마치 고향 같기도 해서이다.
특히 그 길을 걷다가 보면
수시로 마주하는 화성성곽과
건물들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하나 둘
가게의 이름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카페나 레스토랑이
한 집 건너 하나씩 들어섰다.
그런 골목걸을 걸을 때면
'이 사이에 편안하게
들락거릴 수 있는
작은 갤러리가
많아졌으면 참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안에
<수원화성박물관>이나
<아이파크미술관>
같은 대형 박물관과 미술관은 있다.
다만 이웃 드나들듯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갤러리가 한두 개뿐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그곳을 거닐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곳을 발견했다.
공방거리를 지나다닐 때면
소나무 가득한 정원이 아름다운 저택을 보며
'저런 집을 갤러리로 만들면 어떨까?'
라고 생각했던 그 집이
<열린 문화공간 후소>로 다시 태어났다.
반갑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
<열린 문화공간 후소(後素)>
개관을 기념하여 수원시 에서는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전시를 마련했다.
물론 원본은 아니고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삼성미술관
등에 소장하고 있는 복사본이다.
복사본이라 오래된 느낌은 없지만
자세하게 관찰하기에는 더 좋다.
갤러리의 이름을 후소(後素)라고 한 것은
오주석(1956~2005)의 호를 딴 것이다.
후소 오주석은 이곳과 가까이에 있는
남창초등학교 출신 미술사학자로
우리 문화유산과
전통미술의 대중화에 힘썼던 인물이다.
그가 특히 애정을 가지고 연구했던
작품들은 주로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이다.
오주석은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을 비롯한 저서에서 옛그림 감상법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였다.
이곳에 전시된 그림에는
국보 제217호 정선의 금강전도,
보물527호 김홍도의 씨름,
보물 1477-1호 이명기의 채제공 초상을
비롯한 귀한 그림들이 전시되었다.
그림 하나하나를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
그림은 찬찬히 봐야 한다."
"그림의 대각선 길이 1~1.5배
거리에서 천천히,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봐야 한다."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그가 말한 대로 그림을 보다보면
그림 옆에 쓰인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이해하기도 좋다.
이층은 오주석의 서재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두 칸으로 나누어진 공간에서
그의 미술사랑을 볼 수 있는
책을 직접 볼 수도 있다.
내가 갔던 날도 젊은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책을 보면서
"옛 그림은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그것은 학문의 대상이기 전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하는 예술품이다..
옛 그림을 학문적으로 대할 때는
까다로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 인간의 혼이 담긴
살아있는 존재로 대할 때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기름지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생명의 의미를
고양시킨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이라고 말한 그의 미술에 대한 사랑을
대물림하고 있었다.
이른 봄날의
따스한 기운 가득한 그곳은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더 따스한 곳이었다.
서울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건축가
김석철의 작품인 건축은
단아하고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곳을 내어준
건물주인이었던
수원 백내과 원장님의 결단도 아름답다.
또 <후소>란 이름을 갖게 해준
이고장의 자랑스러운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우리 그림 연구는 더욱 아름답다.
이 전시는 7월까지만 하고
그 다음에는 고 오주석의 뜻을 기려
미술사학에 대한 교육을 한단다.
시간이 된다면 나도 그 강의는 꼭 듣고 싶다.
관람시간 : 09:00~ 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 무 료
주소 : 팔달구 행궁로 34-2
'일상 > 그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개장터에서 만난 조영남 (0) | 2019.02.06 |
---|---|
가을을 밝고 환하게 물들이다 - 제17회 삶과 그림전 (0) | 2013.11.04 |
크게 소리치고 싶은 욕망의 분출-제1회 운산미술제 (0) | 2013.06.25 |
나도 화가가 되는 뮤럴리스트(창작벽화가) 황성보 전시회 '창작과 공감을 벽화에 담다' (0) | 2013.04.01 |
우연히 만난 또 다른 몬드리안 션 스컬리(SEAN SCULLY) (0) | 2012.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