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걷는 산길에는 요즈음 인동초 꽃이 만발했다.
벌들 잉잉거리며
꿀을 빠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모내기를 하고 나면
몸이 많이 허약해진 듯 하셨다.
그런 아버지께 어메는 인동초 꽃 막걸리를 담아
노고에 보답하셨다.
그런 모습에 익숙한 나도 인동초 꽃을 보면
'술을 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맘을 부모님 가신지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실행하고 있다.
어메처럼 손수 띄운 누룩으로 막걸리를 담는 게 아니라
소주를 부은 꽃술을 말이다.
시간이 흘러
쌉싸름한 인동초 꽃향기와
맛을 가진 술이 익었을 때,
우리는 술 한 잔 앞에 놓고
부모님의 사랑과
땀 뻘뻘 흘리시며 꼴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와
"캬"
하는 탄성과 함께 술 한 잔 하시며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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