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군위장날

렌즈로 보는 세상 2009. 8. 4. 21:28

어제는 군위군청에 볼일이 있어 군위를 갔었다.

별 생각없이 도착하고 보니 점심시간이라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하고 두리번 거리는데 골목안이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니 뭔가 활기가 차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장날 이란다.  장골목으로 들어서니 군청소재지 장답게 아직 장판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부분의 시골 5일 장이 거의 점심 때쯤 파장인 것에 비하면 군위 장은 옛날 시골장터의 모습을 많이 갖추고 있으면서도

 일찍 파장되지 않는 곳인 것 같다.

농산물과 농기계파는 가게들이 대부분이었고

방학이라서 그런지 우리 안동장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장꾼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의성이 가까워서 일까? 장골목 초입에는 마늘 노점상이 자리잡고 있다. 

 

농기구 가게에서 호미나 낫, 괭이등을 팔지만 이제 더이상 집 안에 있는 대장간에서 만들진 않는다 

 참 이쁘기는 한데 허리를 잘록 묶은 것은 늙어서 못입겠다는 아주머니들에게

"아지매요 허리띠는 푸면 되니더 사소"라고 옷가게 주인은 말했다

약초와 씨앗을 파는 가게 주인은 장기 두기에 정신이 없고, 필요한 손님들은 주인을 불러 흥정을 한다.

 오랜만에 보는 여유로운 삶의 모습이다 

 

요새는 노점상에도 원산지 표시를 확실히 해두었다 

삼대가 장에 나왔다. 아이들은 먼 훗날 오늘을 기억할까?

 

농민이 대부분인 장꾼들은 아직 키와 채가 필요한 모양이다 

모시옷을 곱게 차려입은 멋쟁이 신발가게 주인은 장사를 하지만 품위있게 부채질까지 하며 호객을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장에 나온 어린이는 부탁하지 않아도

연예인처럼 예쁜 포즈를 잡는다.

 

이제 이곳 아이들도 더이상 수줍음 타던 옛날의 시골아이가 아니다.

 

 

옛날 우리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제사장을 보러나온 아저씨는 상어도 생선가게에서 토막내어 가지고가

싸리나무가지에 꿰기만 하는 편한 방법을 택했다 

 

손주에게 꽁치 가시 발라 먹여 주며 먹던 그 점심은 꿀맛이었으리라

  

전대도 없다. 돈은 받는대로 종이상자에 던져두었다가 한가한 시간에 정리한다

 

 

 

 

시장에서 도너츠가게를 삼십년 넘게 했다는 부부는

손놀림이 예사가 아니다.

 

그렇게 손을 빨리 놀려도 도너츠는 30분을 기다려야 살 수 있어

바쁜 우리는 맛도 볼 수 없었다

 

 

 

 손수키운 채소를 파는 할머니는

"노니 뭐하노 껍데기 빼껴주면 사먹는 사람이  편하제.' 라고 하시면서

잠시도 쉬지않고 껍질을 벗기신다 

장판에서 손님이 가장 많았던 신발가게. 아주머니들이 이것저것 신어보고 싶은데로 신어봐도 주인은 핀잔을 주지않으니 북적일 수 밖에.

재래시장에 가는 맛은 이런데 있지 않을까?

 이렇게 편안하게 푹 쉬고 나면 그는 주인과 함께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의 부스러기들을 주워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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