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모처럼의 Hit

렌즈로 보는 세상 2009. 7. 16. 23:16

안동 사람들은 자기 가족을 자랑하는 것은 팔불출 정도 쯤으로 생각하고

왠만해서는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우리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오늘은 팔불출이 돼도 상관없다 .

모처럼 우리 남편이 Hit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바깥양반은 글로 뭘하라고 하면 시큰둥하다가도

손으로 뭘하라고 하면

금방 뚝딱뚝딱 만들기를 좋아한다.

덕분에 나는 자잘구레한 집안일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남편이 척척 해놓으니 편하긴 한데

때로 못쓰는 물건을 재활용한다고 하는 것이

집안만 어설펴 놓아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어 짜증이 확 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보기에도 제법 그럴싸한 물건을 만들어 집안 분위기를 up시켜 놓았다.

 

우리는 20여년 전

처음 집을 장만하고 나서

머리맡에 두는 스탠드를 하나샀다.

검은 도자기 몸체에 검은 천으로 된 갓을 덮어씌운 것으로

그 당시에는 제법 세련된 것이었으나 사용은 영 불편하였다.

 

스탠드란 게 어차피 공간 전체를 밝혀 주는 것은 아니긴하지만

밤에 잠자리에 들어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그 갓 때문에 어둡고 침침하니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갓을 떼어내고 책을 읽곤 하다가는 10여년 전에 새로운 등을 사면서

뒷방 구석으로 치워버렸다.

 

 그런데 며칠 전 남편이 이렇게 멋진 전등을 만들어놓아 자세히 보니

옛날 쓰다가 뒷방 차지를 한 그 전등에 새로운 갓을 씌웠을 뿐인데 그렇게 멋있어졌다.

새로운 갓은 얼마전 선물받은 꽃바구니를 재활용한 것이었다. 

갓 사이로 적당히 빛이 새어나와 분위기도 좋고 책읽기도 좋아 이번에는 오랫동안 사랑 받게 될 것 같다.

우리 남편 또한  이 글 보고 다시 뚝딱거리고 싶어질거고.

 

우리나라 남편들 젊어서 노후를 준비 하지 않고

평생 다니던 직장 퇴직하면 할일 없어 마누라 치마꼬리만 잡고 따라 다녀

마누라들

'60대에 남편 없는 여자는 오복 중 하나를 갖췄다.' 는 농담을 한다는 웃지못할 일도 있다.

 

전국의 남편되시는 분들

이제부터라도 노후를 준비하여

마눌님들이 좋아하며 따라다니게 하세요.

 

준비없이 계시다가 

해외여행이나 이사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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