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청명할 정도로 투명한 옥색 빛깔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4. 15. 23:32

 

요즈음 우리 내외가 서울에 많이 있다보니 어머님도 서울 출입이 잦으시다.

이 번에도 열흘 정도를 서울에 계시니 답답해하셔서

어제 어머님을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서울을 오르내릴 때 중앙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주로 중부 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그 길을 이용하면 시간은 같이 걸리는데

통행료가 쌀 뿐만아니라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문경에서 내려 오는 길에

 주변을 구경하면서 오는 게 여유롭고 좋아서이기도 하다.

 

어제도 문경에서 내려 오다가 점심을 먹을려고 하니

용궁 순대집은 감기에 걸려서 안돼고

예천 육회는 어머님이 통풍끼가 있어 안돼고

이래저래 안돼는 것을 빼면 남은 곳은 예천 청포묵집이다.

 

예천읍 남본리 한천 옆에 있는 청포묵집은 전국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그 맛을 인정받는 집이라니

어머님도 반기시긴 하지만

"요새 어데 진짜 청포가 있을라꼬?" 하신다.

그래도 귀한 것인께 한 번 먹어보기는 하자고 하셔서

우린 청포묵집을 찾아갔다.

 

예천 청포묵집은 지금의 안주인인 양종례씨의 시어머니 이필선씨 60년

 녹두를 멧돌에 곱게 갈아 성긴 자루와 촘촘한 자루를 번갈아가며 여섯 번을 걸러내어 그 앙금으로

묵을 만들어 팔면서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며느리가  직접 만든 청포묵으로

청포정식, 탕평채, 태평초, 녹두전 등을 주로 만들어 판다.

 

청포묵을 만드는 녹두는 녹말이 53% 단백질이 23-26%에 이르는 영양가가 높은 식품으로

민간에서는 종기 등 피부병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체내의 독소를 배출해주고

고혈압과 당뇨병에 좋다.

 60년 전통이란 말이 어울리게 간판도 오래되었다

이 간판을 보니 전국에 소문난 집이 맞지요

 식당 대문안으로 들어가는 길

벽에 진열된 농기구들은 손님들에게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점심식사 시간으로는 조금 늦은 오후 2시에 도착했는데도 손님들은 많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청포묵 정식이 나왔다.

1인분에 8천원인데

반찬이 무려 열 다섯 가지다.

서울에서 사먹던 것에 비하면 완전 공짜다 공짜 . .

 

묵 그릇 옆에 있는 게 무탕이다.

무탕은 찬 성질의 청포묵과는 찰떡 궁합이란다.

이집의 대표선수 청포묵

청명할 정도로 투명한 옥색 빛깔이 감도는 가늘게 채썬 청포묵에

미나리, 당근, 숙주나물, 계란지단, 김등을 고명으로 얹어 참기름과 깨소금을 솔솔 뿌려놓았다.

 

갖은 양념한 간장을 넣어 비비니

메밀묵의 약간 거친 느낌과는 또다른 귀티가 난다고 해야하나?

야들야들한 게 고소하고 입에 착착 감긴다.

 우린 묵은 따로 비벼 먹고

남은 반찬과 된장찌개로 밥을 한 번 더 비벼먹었다

된장도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이고

반찬들도 어느 하나 맛 없는 게 없다보니 비빔밥도 엄청 맛있었다.

특히 밥도  집에서 한 밥 못지않게 기름이 반지르하게 윤이나는 게 너무너무 맛있었다.

 밥도 묵도 반찬도 맛있어서 우린 잔반 없이 거의 다 먹었지만

밥 한 공기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청포묵 한 그릇에 밥 한 그릇씩은 우리에겐 조금 많은 양이었다.

양을 조금 넉넉하게 먹는 사람도 이집에서는 공기밥 추가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점심을 드신 어머님

"진짜 맞기는 맞다. 나는 먹어보면 다 안다." 라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신다

 벽에 걸린 각종 보도자료들

이 집의 맛을 가늠할 수 있지요?

우리 블로거님들

 가을동화 촬영지인 회룡포나 팔만대장경의 일부를 보관하기 위해 지은 보물 대장전이 있는 용문사,

문종대왕태실비와  고려 최초 이두문자로 공문을 새긴 경청선원자적선사능운탑비가 있고

아름다운 숲길이 운치있는 명봉사를 들렸다가

배 출출해지면 이 청포묵집에서 요기하시면 아주아주 행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