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쌀쌀한 가을 아침에 속을 데워주는 따뜻한 대구포 맑은 탕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0. 1. 09:18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따뜻한 국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이런 날에는 지난 할머님과 제사와 추석 차례상에 올렸던 대구포로 탕을 끓여

가족들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대구포를 꺼내 준비했다

 

대구포는 간이 좀 짭짜름한 게 흠이지만

잘게 찢어서 마른 안주로 써도 좋고

무와 콩나물을 넣어 국을 끓이면

국물이 시원해서 술 먹은 다음날이나

이런 쌀쌀한 날에 속을 따뜻하게 데워줘서 좋다.

 

음식을 적당한 레시피로 하는 게 아니라

평생을 감으로 해 온 나는 오늘도 그냥 감으로 한다.

 

추석이 지나고 대구포를 손질해서 봉지봉지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것을 조금 꺼내어서 사용하기로 했다.

 

 

대구포는 소금기를 빼기 위해 두 시간 정도를 물에 불린다.

이 때 너무 오래 담궈놓아도 생선 맛이 빠져서 맛이 없으니

물에 담군 것을 뜯어 먹어 보고 간간하다 싶으면 물을 따룬다.

 

이 때 대가리도 버리지 말고 같이 불린다.

어두육미라고 대가리에서 우러난 국물이 깊는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표고버섯은 어제 저녁부터 물에 불렸다가 아침에 한 번 끓여 국물을 우려 내고

잎 부분은 다른 반찬을 만들어먹기 위해 썰어놓고

아직 완전히 불지 않은 줄기 부분은 대구탕에 넣기 위해 다시마와 함께 따로 남비에 담아

 

 

우려놓았던 버섯 국물과 함께 한 소큼 더 끓인다.

요리 포스팅이 초보라 국물 사진은 빠뜨렸다.

 

 

국물을 끓이는 동안

무,  파, 양파  등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준비하고

콩나물은 아파트 마트에 가 사가지고 와서 준비한다.

 

오늘은 맑은 탕을 끓이기 위해 청양고추는 베란다에 키우는 걸 따고

냉장고에 있는  생강, 마늘을 양념으로 준비했다.

 

 

끓는 국물에 먼저 대구포를 넣어 끓이다가

 

다음에 무를 넣어 거의 익었다 싶으면

 

파 줄기와 콩나물, 양파와 양념을 넣어 한 소큼 더 끓이다가

 

 

마지막으로 파 잎 부분과 청량고추를 넣어 끓이면 된다.

 

이 때 국물에는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포에서 우러난 짠 맛이 적당하게 삼삼한 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냄비는 뚜껑을 닫지 않고 끓여야한다.

뚜껑을 닫았다 다 익기 전에 열면 콩나물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다 끓인 탕을 먹어 봅니다.

국물이 시원하고 칼칼하니 맛있네요.

간도 삼삼하니 맛있고요.

버섯 줄기는  쫄깃쫄깃해서 고기를 씹는 기분이 들고요.

대구포도 적당하게 불어 뜯어먹는 식감이 너무 좋고요.

뚜껑을 열고 살짝 끓였더니 색감도 이쁘네요.

 

 

어제 저녁에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온 막내가

집에 들어오면서 '너무춥다.'를 연발하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이 대구탕 한 그릇으로 속 든든히 채우고 또 공부하러 간다니 얼마나 뿌듯한지요.

 

이 걸 포스팅 하면서 음식블로거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음식 만들고 촬영도 해야하고

정확한 레시피도 만들어야되고

모든 분야를 못하는 게 없는

탤런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