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 정말입디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1. 7. 14:40

 

청송 시고모님이 정성들여 키운 호박을 몇 덩이나 얻어온 우리는

이 호박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받은 사랑이니만큼 우리도 나눠주자고 생각하고

호박죽을 끓여 동네방네 나눠드렸습니다.

 

그렇게 나눠주고 나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몸은 힘들었지만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호박 한 덩이가 얼마나 큰지 씽크대가 가득합니다.

뭐든 열심히 하시는 고모님의 정성이 가득해서 이리 크게 자란 것 같습니다.

 

반을 잘라보니 속에 분이 팍팍나는 게 색깔도 어찌 이리 고운지 호박죽의 맛은 보나마나 최고일 것 같습니다.

 

속을 파내고 씨는 따로 골라내어 말렸다가 어머님이 저녁으로 잠 안오실 때 까서 드신답니다.

 

골따라 토막토막 잘라서 껍질을 벗깁니다. 

얼마나 살이 두껍던지 자르는 걸 본 어머님이

"야야 소 잡는 힘이 든다." 고 하실 정도로 힘이 듭니다.

 

토막토막 자른 걸 솥에 넣으니 얼마나 큰 지 솥두껑을 닫지 못할 정도입니다.

 

시골에서는 많은 음식을 할 때는 이렇게 큰솥에 하는 게 참 편리하고 좋습니다.

어머님이 불 때는데는 선수시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습니다.

 

한 시간쯤 뭉긋하게 끓였더니 호박은 익어 흐드러지고

삶아 놓은 울타리콩과 검은콩은 어머님이 사진도 찍기 전에 넣었습니다.

색깔이 너무 맛나 보이고 이쁨니다.

 

아침 일찍 담궈서 불린 찹쌀을 방아간에 가서 가루로 내어 끓인 호박위에 얹습니다.

 

계속 불을 지피니 죽은 보글거리면서 끓어 찹쌀가루는 자연스레 호박과 어우러집니다.

가루가 거의 다 잦아들 무렵부터는 밑에 눌러붙지 않게 한 번씩 긴 주걱으로 저어야지요.

 

이제 흰가루도 보이지 않고 죽은 거의 다 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설탕과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면 호박죽 끓이기는 완성입니다.

 

완성된 죽 맛을보니 정말 맛있습니다.

달달하고 입에 착착 감기고

검은콩은 고소하고

울타리콩의 그 포삭거리는 맛은 또 얼마나 좋고

청송 깊은 산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호박향은 또 얼마나 진하던지요.

 

 

호박죽을 큰솥으로 한 솥을 끓였으니 남비에 양재기에 그릇에 퍼도퍼도 끝이 없습니다.

그래도 주인이 다 있습니다.

아랫방 세들어 사는 두 집 어른들께 두 양재기 드리고

제일 큰 양재기는 어머님 놀러가시는 노인정에 드리고

가까이 홀로 사시는 육촌 시숙어른께도 한 양재기 드리고

또 남편 친구분 마늘가게에도 드리니

그 많던 죽이 한 남비만 남더군요.

 

비록 만드느라 힘들었지만

죽을 드신  분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하니 얼마나 보람있던지요.

특히 노인정의 어른들이 좋아해주시니 더욱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