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메주를 만들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1. 8. 21:55

 

청송 시고모님댁에서 가지고온 콩으로 메주를 써서 달았습니다.

 

콩은 아침 일찍부터 뒤뜰에 있는 큰솥에 삶았습니다.

처음 불을 조금 세게 지펴서 한 소큼 끓으면 아주 작은 불만 남아있게 하여 거의 너 댓시간을 푹 삶았습니다.

뜸 들라고 불을 껐다가 다시 지피고를 반복하면서 삶아

노랗던 콩이 요런 색이 될 때까지 삶아야 된다고 어머님이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푹 삶은 콩이 손으로 비벼 뭉개지면 이제 으깨야합니다.

옛날 우리 어릴적에는 디딜방아에 찧었던 것을 요즈음은 이런 푸대에 담아 발로 밟아 으깹니다.

너무 푹 삶아서 밟을 것도 없습니다.

 

 

콩이 거의 으깨어졌다 싶으면 덜어내어

요런 메주틀에 넣어 모양을 만듭니다.

깨끗한 면으로 만든 보자기를 메주틀안에  두르고 구석구석 넣어 꼭꼭 쌉니다.

요런 것은 오랫동안 메주를 만들어오신 어머님이 선수라 저는 그냥 옆에서 바가지로 퍼 넣기만 합니다.

 

 

꼭꼭 싸고 누르고 하여 마지막으로 타월로 덮어 발로 꼭꼭 밟습니다.

타월은 발냄새가 들어갈까봐 덮는 것이랍니다.

 

 

꼭꼭 밟아 만들어놓고 하룻밤을 제웠답니다.

만든 후에 금방 메달면은 으스러질 수도 있다고 어머님이 그리 하십니다.

역시 어른의 생각이 깊습니다.

그리고 탈곡한 볏집을 준비해놓았습니다.

 

짚을 만져보니 아직 덜 말라서 눅눅하니 굴레를 만들기에 적당합니다.

어설픈 껍질들을 벗겨내고 깨끗하게 합니다.

 

눅눅한 볏짚으로 굴레를 만들어봅니다.

어설픈 솜씨라 만드는데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한참을 걸려서 요런 모양의 굴레를 메주의 숫자만큼 만들었습니다.

초보자의 솜씨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요?

 

굴레로 싼 메주를 메주 걸이에 걸고

어설픈 지프라기는 잘라내니 깔끔한 게 인물이 납니다.

옛날에는 안방 실겅(시렁)에 메달던 것을 지금은 집 밖에 이렇게 메답니다.

우리집도 이렇게 메주 전용 걸이가 있습니다.

햇살을 받아 적당하게 잘 마르면

보일러가 들어오는 주방 아랫목으로 옮겨 띄운답니다.

 

이렇게 하루 온종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메주는

제대로 마른 후에 방 아랫목에서 겨우내 띄우고 말려

내년 정월 손 없는 날에 된장으로 담궈진답니다.

 

지금은 평생을 된장을 담궈오신 어머님이 계셔서 메주도 이렇게 만들지만

어머님 돌아가신 후에도 이렇게 만들지 지금은 자신이 없습니다.

제 친구들도 된장을 사서 먹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러나 쌈장은 산 것을 먹을만한데

끓여먹는 된장은 산 것이 영 입에 맞지 않으니

어머님 살아계실 때 열심히 배워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내손으로 만든 된장을 먹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