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날궂이 음식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6. 25. 22:38

 

 자주 오는 비가 짜증스럽긴 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여름비가 주룩주룩 내릴 때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추억 할 수 있어서 좋다.


 그 중 어릴 적 우리 집에서 해먹던 날궂이 음식들을 먹던 기억은
지금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한다.

 

 

농사를 짓고 살던 우리 부모님들은 대부분의 맑은 날에는 들일을 하느라 주식인 밥을 챙겨먹는 시간도 절약해야 했으니

느긋하게 간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가 이렇게 비가 와서 들일을 나가지 못하는 날에는

가족끼리 모여 앉아 이야기도 하며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것을 날궂이 해먹는다고 했다.

감자떡, 삶은 감자, 찐 옥수수, 찐 고구마 등 다양한 날궂이 음식들이 있었지만,

 우리 집의 날궂이 대표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적이라고 부르던 야채전들이다.

 

 

 

이른 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의 부추전,

오월 단오 무렵의 미나리전, 감자가 영글기 시작하면 부쳐 먹던 감자전,

 유월부터 시작하는 애호박 돈적. 풋고추가 열리는 칠월의 고추전,

그렇게 가을로 접어들어 고구마전을 먹다보면 어느새 배추의 속이 차기 시작하고

그 때부터 이듬 해 봄까지 배추는 훌륭한 전의 재료가 되었다.

 

어떤 학자는  전을 부칠 때 나는 '지지직' 하는 소리와  비가 내리는 소리가 닮아있기 때문에

비 오는 날에는 기름에 부치는 전 종류를 연상하게 되고 그것을 먹고 싶어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연상은 되지만 간절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 왜일까?  

 

 

 계절 따라 기다려 가며 먹던 맛있는 갖가지 야채 전 들을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먹게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먹을 것이 흔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 들어서 소화력이 떨어지다 보니 밀가루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아서인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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