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그렇게도 귀하던 참기름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6. 2. 09:50

 

얼마 전 시어머니께서 참기름 두 병을 짜가지고 오셨더군요.
웬 두병씩이나 짜가지고 오셨냐고 말씀드리니
한 병은 중국 산 참께로 짠 참기름이고, 한 병은 국산 참기름인데
국산 참기름은 당신 아들이 밥 비벼 먹을 때 넣어 먹고
한 병은 반찬 만들 때 넣어 먹으라고 하시는데
속이 영 불편하였지만 그런 것이 어머니 마음이려니 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말씀은 어머님 마음대로 하세요. 먹는 방법은 제 마음대로 하면 되니까요.'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습니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어머니 세대는 아직도 참기름은 귀한 조미료였습니다.

옛날에 우리 어렸을 적에는 기름이란 기름은 모두가 귀했습니다.
참기름, 들기름, 산추기름, 피마자기름, 동백기름, 심지어 석유기름 까지 도요.

그렇게 모든 기름이 귀했어도 그 중 참기름은 유난히도 아껴야 하는 기름이었습니다.


농촌에 왜 참기름이 그렇게 귀했냐고요?
참께야 제법 많이 하는 농작물이지만 그걸 다 집에서 먹을 수 있나요 팔아서 돈으로 만들어야죠.

그렇게 팔고 식구들이 먹을 것을 조금만 남겨 놓았다가 기름을 짜서

 주로 생나물을 무칠 때 넣어 먹는 다거나 깨소금을 만들어 먹거나

아이들 입맛 없을 때 소유간장 과 섞어 밥을 비벼 먹거나 할 때 먹었지요.


우리 집에서도 참기름을 아껴 먹었는데

엄마가 나물을 무칠 때는 절대로 참기름 병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숟가락 손잡이를 참기름 병 안에다 집어넣어 기름을 묻혀내어 사용했으니까요.
그렇게 고소한 냄새가 날 듯 말 듯한 엄마가 무친 나물 반찬을 먹다가

언니가 무친 나물을 먹으면 훨씬 맛이 좋았습니다.

언니는 언제나 병을 기울여 참기름을 숟가락에 따루어서 반찬을 만들었으니까요.

 

 참기름을 이렇게 우리 집에서만 아껴 먹은 것도 아니더라고요,

 내 친구네는 자기 아버지 형제가 육형제나 되었는데 집안에 행사가 있어 모일 때면

할머니가 참기름 병을 허리춤에 차고 안방에 앉아 있으면

며느리들이 반찬 만들 나물 다라이를 할머니 앞으로 대령하고

 할머니는 참기름 병 안에든 지푸라기를 꺼내어 한번 휘 둘러주면 참기름 양념하기는 끝이 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고 아껴 자식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냈던 우리 부모님들이

 이제 한 분 두 분 우리 곁을 떠나갑니다.

 살아 계실 때 장수하시는 부모님들을 부담스러워 한 것이 못내 죄송스럽습니다.

 

빈병 한 개라도 귀하던 시절 어매는 참기름 병도 씻어서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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