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풋구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7. 29. 07:57



 풋굿(첫풀을 매고 난 뒤에 그해 벼농사가 잘 되기를 비는 굿)에서 유래되었으나

 조금은 변형되어 순수한 우리말

호미씻이(농가에서 음력 칠월 백중무렵  농사를 잠시 쉬고 노는 일)의

뜻을 가진 낱말과 같은 그 행사를 우리 마을에서는 풋구라고 불렀다.

 

 

사진 :안동뉴스

 

 내 어릴적 이맘쯤이면

봄부터 열심히 가꾼 곡식들의 김매기를 마치고

한가한 날을 받아 마을 잔치인 풋구를 먹었다.


풋굿날이 되면 마을 남자들은

이른 아침을 먹고나서 마을회관앞에 모여  몇 사람씩 짝을 지어

이리저리 갈라진 논밭으로 가는 길로 나가 

장마로 인해 유실되거나 풀이 무성하게 자란 농로를 정비하고

새참 때 쯤에 동수나무인 느티나무 밑으로 모이고


남자들이 길을 깨끗이 정비하는 동안

여자들은 음식을 준비하여 내놓는다.


그날 음식을 준비하는 집들은 동네에서 살기가 괜찮은

일꾼들을 두고 있는 집들로서 

음식은 주로 막걸리 한동이와 적(부침개)이었다.


 일꾼이 있던 우리집에서도 음식을 준비했는데

며칠 전에 담궈 발효시킨 막걸리 한동이와

감자전,호박전,고추전,부추전과

일꾼이 그동안 힘들게 일하느라 영양이 부치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특별히 준비한 차노치(찹쌀가루 반죽을 늘려가며 식용유에 구운 것)를

개다리 소반에 가지런하고 수북하게 담아 내놓았다.


 제삿날 이라야 먹어보던 적을

실컷 먹을 수 있는 날이라서 우리들은 덩달아 흥이나

친구들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저녁무렵 거나해진 마을 어른들이 농악놀이로 흥을 돋우면

온 마을은 축제분위기로 밤이 이슥해질 때까지

젓가락 장단에 맞춘 노래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사진 : 웅부 란 사랑 카페

 



 그런 흥겨웠던 풋구도 마을의 젊은이들이 도회로 나가면서 시들해졌고

 지금의 농촌에선 풋구는 더이상 나물전을 부치지 않고

이젠 그 이름도 가물가물하게 되었다.

 

그런  풋구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축제로 만든 곳이

안동 오천군자리마을이다.

오늘 군자리에서 풋구 행사가 있다고  

하여 옛날 배부르고 흥겨웠던 풋굿날을 떠올려 보았다.

 

풋굿은 일년내내 고된 농사일에 매달리는

농군들을 위한 ‘노동축제’입니다.

 때문에 이날을 ‘머슴날’이라고도 했다고

고문헌은 전합니다.

일꾼들을 데리고 있는 집에서는 풋굿날

일꾼들이 먹고 즐기는 모든 음식을 장만해 줍니다.

고된 농사일을 마쳤으니 하루쯤 실컷 먹고 마시며

몸에 밴 피로를 털어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노동절인 셈이지요

'일상 > 옛날 옛날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 먹이기  (0) 2011.09.01
꽃밭에서  (0) 2011.08.21
내 마음의 복숭아  (0) 2011.07.19
날궂이 음식  (0) 2011.06.25
단오  (0) 201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