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꽃밭에서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8. 21. 12:25

 


요즈음은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꽃밭을 광명에서 만났다.

반갑게 웃어주는 그들을 보며 옛날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어렷을 적 농촌은 어느 정도의 토지를 가지고 있으면

뜨거운 여름철도 그늘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에

마당에 꽃을 심는 다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그러나 토지가 별로 없던 집의 처녀들은 다른 집 처녀들이 곡식을 기르는 일을 할 때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며 꽃을 심어 기르거나 마당가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기르거나 하였나 봅니다.

 

 


평지도 아니고 계곡에 층계식으로 동네가 형성되어 있던 우리동네에서

제일 꼭대기에 있던 집이 바로 그런 집이었습니다.

 

 
땅이라곤 논 두어마지기 뿐이고

어머니가 보따리 장사를 하던 집이라

그 집 외동딸인 처녀는 항상 한가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집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길가에는 코스모스를,

집 입구 담밑에는 조그만 화단을 만들어 봉숭아,

백일홍, 접시꽃, 금잔화, 분꽃, 맨드라미등을 심어

이맘때쯤이면 벌들이나 나비들이 잉잉거리며 날아들곤 했습니다.

 

 

  마당가에 울타리처럼 둘러져 피어있던

무궁화와 오동나무, 찔레꽃이 전부였던

우리집과 비교하면 그 집은 항상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던 그 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마당가를 빙둘러 만들어져있던

토담위에 이엉을 올리고

그것이 날아가지 말라고 흙을 올려 놓은 곳에 채

송화를 심어 놓았던 그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날이 뜨거워지는 초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는 채송화는

장마가 끝난 한여름 가뭄에도

그 가녀린 꽃을 피워 어린 나는 늘 가슴 찡하게 바라보곤 했고,

 또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

앞산을 배경으로 가녀린 꽃잎을 떨고 있던 모습을 보며

빗물인지 눈물인지를 닦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시골에 가도 그런 모습의 꽃들은 보기 힘들고

도심의 길가 바구니에 심어놓은 이름 모를 꽃을 보면서

난 그 시절의 꽃들을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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