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연

두 남자의 여름 맞바람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8. 23. 16:04

 

어제 저녁에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이응광(31)씨와 카운터테너 이동규(34)씨의 듀오 공연을 보고 왔다. 

친구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성악공연을 보러 가자고 말했을 때

나는 음악에 조예가 깊지도 않는 내가 뮤지컬도 아니고 성악을 뭔 재미로 보러 가냐며 밍기적거렸다.

친구는 자기가 작년에 이응광씨 공연을 보았는데 너무 멋졌으니 아무말 말고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저녁까지 사준다는데 노느니 아이 본다는 심정으로 따라갔다.

 

친구의 말처럼 공연은 아주 멋졌다.

지휘자 김남윤 씨가 이끄는 W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른 이들은

모차르트, 헨델 ,오펜바흐, 베르디 ,로시니, 비제 등의 레퍼토리로 음악 만찬을 푸짐하게 마련했다.

두 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사람의 몸이 악기라는 말이 정말 실감났다.

명쾌한 음색의 바리톤 이응광씨의 노래와

여성스러우면서도 남성미 넘치는

카운터 테너(테너를 넘어선 남성의 성악 음역으로, 여성의 음역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끔 여성의 알토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동규씨의 노래는 들으면 들을 수록 멋졌다.

 

특히 이동규씨가 처음 무대에 올라 노래를 시작했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다.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를 연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그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남성과 여성의 영역을 오르내리는 그의 음역의 끝은 어디인지 모를지경이었다.

 

 1막과 2막의 마지막에 부르는 듀오곡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중 "운명의 장난 " 과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그게 나라고?"는

모든 관객들의 열광적인 박수소리로 홀안은 떠나갈 듯 하였다.

두 남자는 오페라가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연기력도 대단해서

노래와 연기가 일치한 공연에 우리들은 더 매료되었다.

 

앵콜곡으로 부른 Amazing Grace는 심금을 울리는 공연으로 관객들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노래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박수치며 흥겹던 친구따라 갔다 온 두 남자의 공연은

내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듯하다. 

 

  공연이 끝날 때 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막과 2막의 마지막에 듀오로 부르는 로시니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중

'운명의 장난'과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그게 나라고?'는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어정결에 다녀온 공연이라 갔다온 뒤에 이론 공부 해 봅니다.


바리톤 이응광 씨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백작,그대가 춤추기를 원할지라도' '벌써 이긴 셈이다'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 중 '이고르 공의 아리아',베르디의 오페라 팔스타프 중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만물박사' 등을 불렀다.

 

스위스 바젤 오페라하우스 전속 가수인 이응광 씨는 집안의 반대에 단식투쟁까지 해가며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진학한 인물이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시절에도 주중에 성가대와 아마추어 합창단 활동하고

주말엔 결혼식 축가를 부르며 생활비를 벌었다.

후원 음악회의 도움으로 독일 한스아이슬러 음대로 유학을 떠난 그는

졸업 후 독일 알렉산더 지라르디 콩쿠르를 비롯해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에서 열리는 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휩쓸었다. 

 

그는 "스위스 바젤 오페라하우스 오디션 장에서 연달아 2곡을 불렀는데 총감독이 '모차르트 1곡을 더 부를 수 있겠냐'고 물었고,

노래를 끝내자 악수를 청하며 바로 함께 일하자는 파격적인 제의를 해왔다"고 회상했다.

이후 오페라 '라 보엠'에서 마르첼로 역으로 유럽 데뷔에 성공한 뒤 '리골레토' '나비부인' 등에 출연하며 극찬을 받았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피가로 역을 맡아 공연한 '피가로의 결혼'은 14회 공연이 전회 매진될 정도로 성황이었다


  

카운터테너 이동규 씨는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 중 '얼마나 조용히 은밀히 쫓는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오펜바흐의 오페라 페리콜 중 '아 이 얼마나 좋은식사였나' 등을 들려줬다.

고 2때 영화 <파리넬리>를 보고 인생의 진로를 선택했다.


카운터테너 이동규 씨도 독학으로 19세에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등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여성스러운 유연함과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성악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크릿 가든과 '유 레이즈 미 업'을 함께 불러 화제가 됐고,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선보인 슈베르트 '마왕'에서는 4명의 주인공을 모두 소화해내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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