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뒷 모습이 아름답기를......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4. 24. 09:00

 

며칠전만 해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보이던

도덕산의 벚꽃은

옅은 분홍의 화사한 모습이었는데

 

그제 내린비로 그 화사한 빛이 많이 옅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곱던 그 꽃잎들이 떨어진 모습을 만나러

어제 해질무렵 허둥지둥 도덕산을 찾았다.

 

떨어진 꽃잎인데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형기시인의 낙화를 떠올려보았다.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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