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좋은 글

나목을 볼 수 있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3. 16. 08:24

나는

 꽃 피는 봄날의 나무도 좋아하고

여름의 푸른잎 무성한 나무도 좋아하고

가을의 단풍들어 아름다운 나무도 좋아하지만

겨울의 앙상한 나목을 너무도 좋아한다.

 

실핏줄처럼 엉키고 설킨 나뭇가지들이

눈 시린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선 처연한 아름다움은

내 삶을 돌아보게 해서 너무 좋다.

 

마치 발가벗었을 때도

세상 부끄럽지 않은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라는 계시인 것 같아서.......

 

 

 

 

 

 

 

 

 

나목(裸木)

 

                         (강계순·시인, 1937-)

 

 

서걱서걱 畵筆을 저으며
높은 하늘에 그림을 그린다.
가진 것 다 벗어주고
오히려 따사로운 裸木의 內容,

높은 하늘에
혼자만 아는 색깔을 칠한다.

노래하는 江물
깊이 逆光을 드리우고
아프게 닳아내린 노을의 밀도
더 짙은 체온의 색깔을 배합한다.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간 安定의
허탈한 팔 사이로
기억의 바람이 불고 가고
裸木은 먼데를 내다본다.

언 江밑을 숨쉬는
은밀한 흐름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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