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만 해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보이던
도덕산의 벚꽃은
옅은 분홍의 화사한 모습이었는데
그제 내린비로 그 화사한 빛이 많이 옅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곱던 그 꽃잎들이 떨어진 모습을 만나러
어제 해질무렵 허둥지둥 도덕산을 찾았다.
떨어진 꽃잎인데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형기시인의 낙화를 떠올려보았다.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