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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집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6. 25. 08:29

 

 

 

 

큰딸이 사는 아파트 뒤창으로 바라보는 마을은 늘 평온하고 아름답다.

각양각색의 농작물이 자라는 밭을 가르며

구불구불하게 동네로 올라가는 길은 유년의 고향마을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저께 그 길을 따라 들어가 본 동네에서

길보다 더 아름다운 집을 발견하고

나는  기쁨에 들떠 셔터를 눌렀다.

 

 

 

 

 

 

아파트에서 바라 본 뒷동네를 가는 길이 아름답다.

그길을 걸어 산을 오르거나 마을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점점이 보일 때면 나는 늘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그저께 그 마을을 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집을 나섰다.

짙은 녹음을 배경으로 빨간 기와를 머리에 인  집이 시선을 끈다.

 

 

 

가까이 가 본다.

무너진 돌담을 대신한 블럭담도 손길이 많이 간 것이 분명하다

 

 

멀리서 바라 볼 때는 작은 옛날집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집을 개조한 게 너무 깔끔하다.

안개를 걷어내고 막 얼굴을 내민 햇살을 받은 집의 마당도

주인의 손길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게 너무 깔끔하고 아름답다.

대문도 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게 열린 집이라 더 아름답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집이라도 주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늘 어두운 밤같은 집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주인의 사랑으로 화사하고 아름다운 이집을  '해 뜨는 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어느 공간 하나 시선을 끌지 않는 곳이 없다.

어찌 보면 너무 많은 물건들이 답답해보이기도 할 것 같은데

묘하게도 이집은 그런 느낌은 적다.

 

 

 

아침이슬 머금은 꽃들은 언제 가뭄이 들었나 싶게 활작 웃으며 주인의 사랑에 화답한다. 

 

 

 

아름드리 나무 그루터기 하나도 이집에서는 집을 가꾸는 소품이다

 

 

 

작은 돌이던 큰돌이던 이집에서는 수석 못지않게 아름다운 집을 위해  한몫을 한다.

 

 

 

돌과 항아리와 꽃은 이 작은 마당 어디에서나 주인이다.

 

 

 

 

정성으로 키운 꽃들도 아름답지만

 집 뒤에 만들어 놓은 아궁이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아름답다.

 

 

돌, 항아리, 꽃이나 나무의 적절한 배치가 이집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돌에 얹어서 키우거나 돌 사이에서 피어 난 꽃

어느 것 하나 예술품이 아닌 게 없다.

 

 

 

지금은 귀하게 만날 수 있는 옛날 채송화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오래전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이 반갑기까지 하다.

 

 

 

빛을 받았거나 받지 않았거나

'해 뜨는 집'의 식물들은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주인의 사랑과 정성으로 핀 이 작은 선인장 꽃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너무 많을 것 같다.

 

 

 

떨어진 꽃잎 하나도 함부로 흩날리게 하지 않고,

태우고 난 연탄재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집 뒷벽에 가지런히 쌓아 둔  주인은

하루종일 마당을 오가며 시든 꽃이나 나뭇잎을 따 낸다.

 

 

 

이 아름다운 '해 뜨는 집'의 주인은

팔순은 족히 더 되어 보이는데도

마당만큼이나 깔끔하고 아름다운 패션 감각이다.

 

27년 전에 이 집을 사서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자녀들과 함께 정성으로 하나하나 가꾸어 온 할머니.

할머니 돌아가신 후에 이집을 이리 깔끔하고 아름답게 관리할 사람이 있어

혹여 먼 훗날에 다시 찾는 날에도

'해 뜨는 집'으로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