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선물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6. 26. 19:44

 

 

 

 오라는 비는 오지 않고

기온은 자꾸 올라간다.

 

 더운 날이지만

아빠가 훈련을 가고 없어

콧바람도 한 번 못 쐐는 외손녀를 데리고 청평호반을 돌아왔다.

 

 

 

 

 

 

아직 바깥의 따가운 햇살에 익숙하지 않은 외손녀는

햇빛이 눈으로 들어오늘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안 되겠다 싶어

 집에 와서 곧바로 모자를 뜨기 시작했다.

 

 

 

 

처음 내손으로 만든 것을 외손녀에게 선물하는 것이라 마음은 설레고.....

 

빨리 떠서 다음 외출에는 꼭 씌워 나가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급한데

오래 녹슬어있던 솜씨라 손놀림은 둔하기만하다.

 

 

 

 

똑똑하게 게이지를 내어 뜨는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로 뜨다보니 싸이즈가 컸다가 적었다가 엉망이다.

떴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다 겨우 밑자리를 했다.

 

 

 

 

 

훗날 우리 외손녀는 지 외할미가 이렇게 어렵게 지 모자를 떴다는 사실도 모르겠지만

내 마음은 그애가 백배 고마워하는 것처럼 즐겁다.

 

 

 

 

눈에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짧은 뜨기로 모자 챙을 마무리하고

꽃처럼 예쁘게 자라라고 요렇게 앙증맞은 꽃모양 장식도 달았다.

 

 

 

모자를 씌워본다.

 내년까지 씌울려고 넉넉하게 떴더니 조금 크기는 하지만 예쁘다.

지 에미가 이쁘다고 난리다.

 

지금부터 모자를 쓰기 시작해서

다양한 모자를 쓰며 살아 갈  우리 외손녀

앞으로 어떤 모자를 쓰더라도

늘 지금처럼 그 모자를 썼다는 사실에 초연하며

그 모자를 쓰게 된 것에 감사하며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