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깜짝선물에 깜짝 놀란 우리 모녀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7. 6. 15:07

 

 

며칠 전

집으로 들어오는 딸애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네요.

"그게 뭐로"

"엄마 무거워. 일단 좀 받아줘."

 

딸애가 건네주는 바구니를 받아들고 보니 요런 예쁜 꽃화분이 들어있네요.

 

"아니 니 오늘 수업 마지막 날이라고 간식꺼리 사가지고 학교 갔다 온다더니  왠 꽃이고?"

"선물 받았어요. 이따가 씻고 나서 이야기할께요."

 

 

 

 

 

 

 

우리 막내는 지금 대학교 3학년이지요.

지난 학기에 지가 다니는 학교와 가까이 있는 중학교에서 방과후수업으로 전공하는 영어를 가르쳤어요.

수업을 마친 후 6시부터 두 시간을 하는 수업으로 일주일에 두 번을 가르치러 갔었지요.

 

한부모 밑에서 자라는 어려운 환경의 남학생 둘을 가르쳤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 것 같다고 걱정이 많았어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아이들과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는데도

"한 아이는 수업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늘 데면데면 하다."

고 말했지요.

 

곁에서 지켜보는 나도

"어렵게 자란 아이들이니 니가 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다보면 좋아질 거다."

라고 말만할 뿐이지 별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그렇게 두달, 세달이 지나고 아이들과 제법 정이 드는구나 싶던 유월말에

우리 아이가 방학을 하면서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었네요.

 

일정에 있는대로 수업을 마치고 나서 그냥 헤어지는 게 섭섭하다며

간단한 다과라도 나누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와야겠다고

음료수와 과자를 사가지고 갔다가 오는 날에 이 선물 바구니를 가지고 온 것이지요.

 

 

 

 

 

 

 

우리 막내가 가르쳤던 두 아이 중의 한 아이는 영어도 그런데로 하고 수업 태도도 괜찮은 아이이고,

한 아이는 영어도 별로이고 수업 태도도 데면데면하던 아이였기 때문에 선물을 준 아이가 궁금해서

 

"아이구 우리딸 선물도 받아오고. 기특하네. 그런데 누가 줬노?"

"음---첫 번째 아이가 아니고 두 번째 아이...."

"아니, 두 번째 아이가 줬다고?"

나도 말을 한 딸도 깜짝 놀랐다.

 

 

 

 

 

마지막 수업을 하던 날 우리 딸이

"우리 그냥 헤어지면 섭섭한데. 내가 피자 한 판 쏠테니 다음 시간에 꼭 나와."

라고 말하니

첫 번째 아이는

"그렇게 해요. 좋아요." 하는데

두 번째 아이는

"괜찮아요. 피자는 돈도 비싼데 그냥 음료수나 마실께요."

라고 말해서 우리 딸이 간단하게 과자와 음료수를 준비해서 갔던 것이다.

 

그날도 우리는 그애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애가 선물을 하다니....

그럼 그애가 피자를 사지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진심에서 한 말이잖아."

 

 

 

 

 

이번 일로 우리는

자주 만나도 사람의 마음을 잘 알 수 없는데

짧은 시간을 만나고 그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그사람을 내 마음대로 판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늘 모든 일에 데면데면하다고 생각했던 그아이

꽃을 고르고 화분을 고르는 그 마음이 고맙고 따뜻하네요.

 

사람이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은 그사람의 마음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담임선생님도 아닌 짧은 시간을 함께한 방과후 선생님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한 그아이.

비록 지금 자기가 처한 환경으로 인해 남들과  편안한 소통을 하기 어려울지라도

훗날 지금을 추억하는 반듯한 청년으로  성장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석달동안 지 공부하랴 아이들 가르치랴 눈코뜰 새 없이 빠빴던 우리막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해보겠다고 참 열심히 뛰어다녔지요. 

 

앞으로 많은 만남을 하면서 살아가겠지만

늘 나누는 게 행복한 만남을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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