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9. 26. 08:42

 

 

큰딸네가 1 년 반만에 이사를 했다.

나는 그애들이 청평이란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좀 오래 살면서

외손녀가 서너살이 되면  이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위가 서울로 발령을 받으니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애들 내외는 서울로의 입성을 반기지만 나는 오염된 공기를 맡으며 어린시절을 보낼 외손녀를 생각하면

자주 이사를 다니는 사위의 직장이 약간은 불만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하다.

이사를 하고 보니 그곳은 일반적인 서울과는 다른 동네이다.

갑자기 사위의 직장이 고맙게 여겨진다.

 

 

 

 

 

 

지난 해 봄에 갔으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을 거쳐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의 초입에서 이사를 했다.

 

 청평에서 1 년 반 .

딸이 임신을 하고 외손녀를 낳은 곳이라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 애가 꼬물서리며 기어다니고 스스로 앉아서 이유식을 먹던 거실과 마루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또 아파트 뒷베란다에서 바라다 보이는 가루게 마을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길도,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보던  가루게 마을의 아름다운  소소한 풍경들도,

구불구불한 청평호반을 따라 가면서 만났던 물보라를 일으키던 수상스키를 타던 사람들의 모습도,

단풍 흐드러졌던 상천의 어느 농장도,

이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곳에서 세상과 처음 만났던 우리 외손녀가 이제 열 달이 되어간다.

핏덩어리를 키울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이 아이는 그곳에서 살던 때를 사진으로만 추억하겠지만,

그 추억의 어느 골짜기에는 코끝으로 들어오던 청평의 맑은 바람과

발 담그고 놀았던 시릴 정도로 차겁던 청정한 물의 감촉이 남아 있을 것이다.

 

 

 

 

 

큰딸네가 이사온 곳.

서울이라 탁한 공기와 칙칙한 풍경을 상상했지만 아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은 깨끗하고 공기는 맑다.

다행이다.

어린아이가 맡아도 좋을만한 공기라는 게 정말 다행이다.

우리 외손녀가 이런 곳에서 유년을 보내게 된 것도 축복이다.

 

 

 

앞으로 얼마동안 사위가 지금의 직장에 다닐지 모르지만,

또 얼마 살지 못하고 이사를 다니는 생활이 반복되더라도

이곳에서 살았던 세월이 참 행복했다는 생각을 그들이 했으면 하고 바래본다.